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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 구하는데 국적이 따로 있나요” 목숨 건 헝가리 잠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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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 구하는데 국적이 따로 있나요” 목숨 건 헝가리 잠수사들

부다페스트=동정민 특파원 입력 2019-06-03 03:00수정 2019-06-0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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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강 참사’ 구조 돕는 의인들
현재 헝가리 다뉴브강 일대에서는 헝가리 당국과 한국에서 파견된 정부 신속대응팀이 공동으로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헝가리 당국은 두 차례 잠수부를 통해 선체 진입을 시도했지만 빠른 물살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잠수부가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왼쪽 사진). 2일 정부 신속대응팀은 수중 드론(오른쪽 사진 박스) 투입도 시도했으나 선체 내부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실패했다. 헝가리 ‘먼디네르’ 홈페이지·부다페스트=뉴시스

“잠수가 가능한 한계를 넘어선 상태라 안전 규정을 어기고 들어가야만 했어요.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지난달 30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밑에 가라앉은 허블레아니호 선체 수색 작업을 위해 잠수 작전을 주도한 민간 잠수 하버리안팀의 서트마리 졸트 대표(50)는 1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도저히 잠수가 불가능했던 상황”이라며 긴박했던 모습을 전했다.

○ 잠수팀 이끄는 서트마리 대표 “끝까지 도울 것”


그는 지난달 29일 밤 부다페스트 머르기트 다리 밑에서 허블레아니호가 침몰한 직후 정부로부터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군 잠수 경력 20년을 포함해 30년 잠수 경력에 민간 잠수팀을 이끌고 있는 서트마리 대표는 고민 끝에 참여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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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비는 억수같이 내리고 있고 물살이 거세 잠수가 어렵다는 건 명약관화했다”며 “정부가 여러 민간 잠수팀에 연락했지만 참가를 결정한 건 우리뿐이었다”고 말했다. 서트마리 대표가 이끄는 하버리안팀은 부다페스트에서 다뉴브강을 따라 180km 아래에 있는 버여 지방에서 활동하는 구조팀이다. 그는 “우리 팀은 모두 각자 직업이 있는 자원봉사자 30명으로 구성됐고 그중 6명이 부다페스트 잠수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0일 오전 일찍 헝가리 대테러센터(TEK) 잠수팀과 하버리안팀은 머르기트 다리 밑에서 잠수를 시도했지만 상황은 심각했다. 서트마리 대표는 “홍수처럼 물이 불어난 상태였고 유속도 너무 빨라 규정상 잠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두 차례 잠수를 시도했는데 처음은 제대로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TEK 대원과 함께 하버리안팀에서 가장 젊은 코버치 거보르가 잠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복싱 코치 일을 맡고 있다. 헝가리 통신사 MTI 보도에 따르면 잠수팀은 2∼3m의 긴 사다리를 타고 물 아래로 내려갔으나 물이 혼탁하고 물살이 빨라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철수하려고 할 때 산소통의 줄이 사다리에 걸리면서 갇혀 버렸다. 결국 구조팀이 투입돼 산소통의 줄을 끊어버린 뒤에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런 힘든 상황 때문에 MTI는 “지옥에서 살아났다”고 보도했다. 서트마리 대표는 “코버치는 물 속에서 나온 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산소 호흡기를 써야 했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며 “그래도 지금은 건강에 지장 없이 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버여에 있는 서트마리 대표는 물살이 잦아들 것으로 보이는 3일 오전 다시 부다페스트로 올라와 잠수 작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그는 “다른 지방에 있는 유용한 장비도 새로 투입하고 한국 잠수팀이 온 만큼 한국 잠수 기술도 사용해볼 계획”이라며 “선박 인양을 마칠 때까지 끝까지 도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외국인 구조를 위해 위험한 자원봉사에 나선 이유를 묻자 “사실 한국과는 전혀 인연이 없다. 그러나 국가와 상관없이 모든 인간은 소중하고 구해야 한다. 사람으로서 사람을 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2명 구조한 에뫼케 선장 “건강한지” 문의

29일 사고 당일 한국인 여성 두 명을 구조한 여자 선장 에뫼케 러우브의 스토리도 헝가리 언론에서는 화제가 됐다. 사고 당시 현장과 가까이서 다른 한국인들을 태우고 유람선을 운전하던 에뫼케 선장은 강에 튜브를 던져 중년 여성 두 명을 구조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6년이 지나고 올해 1월 선장이 된 신참이었다.

지난달 31일 사고 현장 인근에서 어렵게 만난 에뫼케 선장은 “이야기할수록 마음이 너무 아파서 하고 싶지 않다”며 인터뷰를 완곡히 거절했다. 대신 “구조한 분들은 지금 잘 계시냐”며 구조자들의 안부를 물었다.

사고 당일 에뫼케 선장 바로 옆에서 다른 유람선을 몰고 있었던 노르베르트 머저르 선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에뫼케 선장은 라디오로 사고 소식을 들은 뒤 곧바로 남자 선원 두 명에게 빨리 나가서 구조하라고 지시한 뒤 비상 버튼을 눌러 배를 멈추고 본인도 나갔다”며 “그녀의 배가 현장 가장 가까이에 있어 두 명을 구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에뫼케 선장은 두 명의 중년 여성을 구했는데 구조 당시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탑승해 있던 한국인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에뫼케 선장은 더 많은 이를 구조하기 위해 배를 현장으로 더 가까이 붙이려다가 자칫 사람들이 배 밑으로 빨려 들어갈 위험에 포기하고 안타까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르베르트 선장은 “훌럼이라는 배에서도 선원 세 명이 달라붙어서 승객 한 명을 강에서 꺼내려고 했는데 배가 높아서 끌어올리기가 힘들어서 사람을 배 위에서 잡고 있다가 다른 구조대들이 와서 구했다”며 “7명밖에 구하지 못한 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에뫼케 선장은 1일 밤 페이스북에 머르기트 다리가 보이는 장소에 놓은 촛불 사진을 올리며 추모의 뜻을 전했다.

부다페스트=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헝가리 잠수사#다뉴브강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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