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비 안 하고, 브레이크 안 식히고…비행기 타기 겁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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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안전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이스타항공과 대한항공, 제주항공, 에어부산 등 4개 국적항공사에 과징금 35억8000만 원을 부과했다. 여행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항공사들이 최소한의 안전규정도 지키지 않고 위험한 비행을 감행했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스타항공은 비행 전후에 정해진 점검과 정비를 해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고 총 10편의 항공기를 운항했다가 과징금 16억5000만 원을 물게 됐다. 대형 항공사고에서 정비 불량은 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탑승자 220명 전원이 사망한 2002년 5월의 중화항공 611편 공중분해 사고나, 한국인 6명을 포함해 520명의 사망자를 낸 1985년 일본항공 123기 사고는 모두 부실한 정비에서 비롯됐다. 그런 점에서 이스타항공이 정비 규정을 반복적으로 위반한 것은 항공사로서 본분을 잊은 심각한 모럴 해저드다.

지난해 7월 김포공항에서 이륙 활주 도중 화물칸 문 열림 경고등이 켜져 이륙을 중단한 뒤 브레이크 냉각시간을 지키지 않고 다시 이륙한 제주항공의 안전 불감증도 아찔하다. 항공기가 멈춰 설 때에는 브레이크에 엄청난 열이 가해지기 때문에 충분한 냉각시간을 갖지 않으면 브레이크 파손으로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2016년 6월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일어난 엔진화재 사고 때 운항 승무원이 비상탈출 절차를 어긴 대한항공이나 정비사 법정 훈련시간을 지키지 않은 에어부산의 잘못도 승객 안전과 직결된 일이라는 점에서 가볍지 않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항공사 중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에어부산은 저비용항공사(LCC)다. 교통당국은 이들 LCC가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비용 절감에만 치중하느라 승무원 교육과 안전문제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지 각별하게 살펴봐야 한다. 큰 사고가 터지기 전에는 29번의 작은 사고가 일어나고, 300번의 사소한 징후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명심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안전규정#대형 항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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