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초 차이가 낳은 류현진의 ‘눈부신 5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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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팅 타이밍 뺏는 체인지업 진화… 2017년 직구와 구속 차이 15.1km
올해 평균 17.7km로 벌어지며 홈 플레이트 도달 시간 차 더 늘어
직구 노리던 타자 헛방망이 일쑤… 31일 안방 메츠전 시즌 8승 도전


1승만 더 하면 ‘이달의 투수상’이 유력하다. 31일 오전 11시 10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뉴욕 메츠의 맞대결에 선발 등판하는 류현진(사진)은 이 경기에서 8승에 도전한다.

이번 시즌 류현진은 다양한 구종과 제구력을 무기로 승수를 쌓고 있다. 체인지업도 더 가다듬었다. 체인지업과 직구의 속도 차이가 커진 것이 눈에 띈다.

올해 류현진의 직구와 체인지업의 평균 구속 차이는 11마일(약 17.7km)이다. 직구는 좀 더 빠르게 던져 타자를 압박하면서 체인지업 속도는 크게 느리게 만들어 속도 차이를 벌렸다. 시즌 5승 9패의 성적을 거뒀던 2017년 류현진의 직구와 체인지업의 구속 차이는 9.4마일(약 15.1km)이었다.

마운드에서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홈플레이트까지 다다르는 거리는 18.44m. 거리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2017년 직구와 체인지업이 홈에 도달하는 시간차는 0.053초였고 올해는 0.063초다. 2년 전과 비교해 체인지업이 0.01초 느려진 셈이다.

눈 깜짝할 사이보다 짧은 0.01초 차이지만 이 차이는 류현진의 승수를 늘리는 데 적잖은 도움을 주고 있다. 류현진이 던진 체인지업은 0.01초 동안 약 41cm를 날아간다. 같은 타이밍에 배트를 휘두른다면 배트 끝에 맞느냐 중간에 맞느냐의 차이가 난다. 범타나 삼진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투구 폼을 보고 예측해서 배트를 휘두르기도 어렵다. 그의 직구와 체인지업 투구 폼에는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타자들이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을 보고 스윙 동작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0.5초. 이 시간이면 류현진의 직구는 이미 홈플레이트를 지나 포수 미트에 꽂혀 있다. 하지만 체인지업은 아직 홈플레이트에 도달하지 않은 채 17.9m 지점을 날아가고 있다. 타자가 직구를 예측하고 휘둘렀다면 헛스윙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류현진은 이번 시즌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좌우로 휘어져 들어오는 컷패스트볼은 2017년부터 쓰기 시작해 18%에서 22%로 비중이 4%포인트 증가했고 좌우와 상하 낙차가 모두 큰 슬라이더는 지난해부터 약 5%를 쓰기 시작해 올해는 12%로 비중을 크게 늘렸다.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조합해 타자의 타격 지점을 흔들고, 속도가 느린 체인지업을 조합해 타이밍을 흔든다. 이 같은 공 배합을 바탕으로 2017년 첫 10경기 동안 2승 6패, 54피안타 46탈삼진을 기록했던 류현진은 올해 같은 경기 수에서 7승 1패, 50피안타 62탈삼진으로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이달의 투수상#류현진#컷패스트볼#슬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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