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창조 ‘쏜살’이냐, 명예회복 ‘파라오’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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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스 결승, 흥미진진 골게터 대결
시즌 20골 물오른 토트넘 손흥민, 한국인 사상 첫 득점 야심찬 도전
작년 결승서 부상 리버풀 살라흐 “올해는 반드시 풀타임 뛰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손흥민이 30일 스페인 마드리드 현지에 도착해 미소를 지으며 숙소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출처 토트넘 페이스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손흥민이 30일 스페인 마드리드 현지에 도착해 미소를 지으며 숙소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출처 토트넘 페이스북
‘별들의 전쟁’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서 펼쳐지는 외나무다리 맞대결. 단판으로 결정되는 냉혹한 승부를 앞두고 결전지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한 그는 미소를 지었다. 30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이 ‘마드리드로의 행군’이라는 제목과 함께 페이스북에 공개한 영상 속 손흥민(27)의 모습이다. ‘스마일 보이’ 손흥민은 영국 런던을 떠날 때와 비행기 안에서도 줄곧 밝게 웃었다. 그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UCL 결승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기보다는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달 2일 오전 4시(한국 시간)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리버풀(잉글랜드)과의 UCL 결승에서 손흥민은 새 역사에 도전한다. 그가 골을 터뜨리면 한국인 최초의 UCL 결승 득점이 된다. 손흥민에 앞서 두 차례 UCL 결승(2008∼2009, 2010∼2011시즌)을 뛴 박지성(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득점이 없었다. 또 현재 시즌 20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이 2골 이상을 넣으면 자신이 보유한 한국인 유럽무대 한 시즌 최다골 기록(21골)도 경신한다.

리버풀에는 이번 결승에서 명예 회복을 노리는 선수가 있다. ‘파라오(고대 이집트의 왕)’ 무함마드 살라흐(27·이집트·사진)다. 지난 시즌 UCL 결승은 그에게 악몽이었다. 지난 시즌 EPL 득점왕(32골)에 오르며 많은 기대를 받은 그이지만 어깨 부상으로 전반 31분 만에 교체 아웃돼 눈물을 흘렸다. 주득점원이 빠진 리버풀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 1-3으로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살라흐는 “또다시 결승 무대에 돌아왔다. 이번에는 반드시 풀타임을 뛰면서 골을 터뜨리고 싶다”고 말했다. 살라흐는 이번 시즌 총득점이 26골이다.

토트넘은 구단 역사상 첫 번째 UCL 우승을, 리버풀은 UCL 전신인 유러피안컵을 포함해 6번째 우승을 노린다. 역대 EPL 상대 전적에서는 리버풀이 25승 15무 14패로 우위에 있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양 팀 모두 빠른 공수 전환이 강점이다. 중원에서 상대의 볼을 빼앗은 뒤 역습에 나섰을 때 어느 팀이 더 높은 골 결정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빠른 발을 가진 손흥민과 살라흐는 양 팀 역습의 선봉장 역할을 한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2월 “손흥민의 순간 최고 스피드는 시속 34.3km로 토트넘에서 가장 빨랐다”고 보도했다. 폭발적 스피드가 트레이드마크인 살라흐는 기록상으로는 손흥민보다 조금 더 빠르다. 스포츠 통계업체 옵타 등에 따르면 살라흐의 순간 최고 스피드는 시속 34.9km였다.

살라흐는 질풍 같은 드리블 돌파에 이은 왼발 슈팅으로 득점을 노리는 성향이 강하다. 유럽축구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이번 시즌 살라흐는 EPL에서 드리블 돌파 횟수 6위로 151번의 드리블 돌파(손흥민 84회·24위)를 시도했다. 손흥민은 스피드를 살려 상대 페널티박스 근처로 빠르게 접근한 뒤 동료의 패스를 받아 슈팅을 하는 데 능하다. 슈팅 타이밍이 빠르고, 슛 파워도 강하기 때문에 슈팅 기회가 많지 않아도 효율적으로 득점을 올린다. EPL 사무국에 따르면 손흥민의 유효 슈팅 대비 득점 비율은 41.4%로 살라흐(34.4%)를 앞섰다.

UCL 우승 횟수와 이번 시즌 EPL 성적(리버풀 2위, 토트넘 4위) 등을 볼 때 리버풀이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손흥민은 두려움 없이 결승 무대를 밟겠다고 했다. 그는 30일 토트넘이 페이스북에 올린 인터뷰에서 “우리는 8강에서 맨체스터시티(EPL 우승팀)를 꺾고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살아남아 이 자리(결승)에 섰다. 토트넘은 강한 팀이다”라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토트넘#손흥민#살라흐#챔피언스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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