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형 안전교육’ 강화했더니… 화재-교통사고 사망자 줄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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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안전의식개선협의회와 안전문화포럼’ 31일 울산서 열려

초등학생들이 학교 체육관에서 진행된 체험형 교통안전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초등학생들이 학교 체육관에서 진행된 체험형 교통안전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소방청 집계에 따르면 올해 화재사고 사망자는 29일 현재 151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2명에 비해 25% 줄었다. 교통사고 사망자 또한 감소세로 2018년 한 해 3781명을 기록하며 1976년 이후 42년 만에 3000명대로 떨어졌다. 특히 교통사고로 인한 어린이 사망자는 2017년 54명에서 지난해 34명으로 37%나 감소했다. 이 같은 사고 사망자 감소에 대해 소방청과 경찰청은 지속적인 안전교육 강화로 생활 속에서 안전의식이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체험형 안전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전국적으로 안전교육에 대한 수요 또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마다 안전체험 시설을 만들고,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저출산에 따른 학생 수 감소로 비어 있는 교실을 안전체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 안전교육 시설 찾는 발길 늘어

안전교육은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정부는 2015년 교육과정 개편에 맞춰 초등학교 1, 2학년 교과 과정에 ‘안전한 생활’이라는 과목을 추가했다. 지난해부터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정규 교육과정 중 반드시 ‘안전’ 단원을 두도록 했다. 초등학교는 실과, 중고교는 기술·가정 과목에서 안전 부문을 다루고 있다. 또 초중고교 모든 학생이 연간 51시간 이상의 안전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체험형 안전교육은 학생뿐만 아니라 전 연령층에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운영하는 안전체험관 2곳(광나루, 보라매)은 예약을 해도 수 주를 기다려야 할 정도다. 자체적으로 안전체험 시설을 마련한 인천 부평구 또한 지역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부평구의 안전체험 시설은 다른 지역 주민들도 많이 찾고 있다. 소방, 의료 분야 등의 재난 전문가들이 각종 사고 현장에서 쌓은 오랜 경험과 지식을 전하고 수상, 지진, 탈출 등 여러 상황을 가정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안전체험관을 운영하는 민간 기업들도 있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은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 ‘레니의 안전체험관’을 마련해 방문객들이 지진, 화재, 탈출, 응급구조 상황을 실제 상황처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건설회사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안전교육장에서 임직원들에게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안전교육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행안부와 한국어린이안전재단이 함께 진행 중인 ‘찾아가는 어린이 안전체험교실’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자체 119곳에서 49만5045명에게 체험형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참가자 수가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만 어린이 7만 명을 포함해 모두 8만1951명이 참여했다. 2012년 첫해 참가자 1만9048명에 비해 4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어린이 안전체험교실은 한국도로공사와 도로교통공단 등의 협조를 받아 통학차량, 완강기 등 실생활에서 겪게 되는 사고 상황에 대비한 체험시설을 갖췄다.

체험형 안전교육 시설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인구 수 대비 안전체험 시설이 부족한 서울, 인천, 광주, 울산, 경기, 충북, 경남, 제주에 안전체험관을 새로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울산에 국민안전체험관이 문 연 것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늘려 나갈 방침이다. 울산체험관은 생활안전 외에 화학, 원자력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특성화 체험시설로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울산을 찾는 관광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현장에서 증명되는 강화된 안전의식

행안부가 30일 발표한 올해 국가안전대진단 결과, 전국의 16만1588개 시설이 정부와 민간에 의해 점검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민간에서만 7만9000여 명이 참여해 전체 진단 참여자의 28.9%를 차지했다. 지난해의 14.6%보다 크게 늘었다. 행안부는 “자율점검과 실천운동이 큰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행안부는 31일 울산에서 제2회 안전의식개선협의회와 안전문화포럼을 열고 안전교육의 성과와 중요성을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 공유한다. 안전교육 전문가인 정호조 세이프스쿨 대표가 ‘안전한 대한민국, 상상을 현실로 디자인하다’를 주제로 국내외 체험형 안전교육 사례를 발표한다. 또 권상억 한국청소년안전체험관 관장, 장재원 한국교육개발원 팀장이 각각 강원 태백시의 안전체험관과 교육부의 학생안전체험 교육시설을 소개한다. 고석 한국어린이안전재단 대표는 방문형 안전체험교실의 성과에 대해 발표한다.

허언욱 행안부 안전정책실장은 “지식으로만 익히는 안전은 우리를 위험에서 지켜내기 어렵다”며 “안전과 관련된 기관과 단체에서는 국민이 체험교육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만들고, 국민들은 관심을 갖고 안전체험 교육에 참여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세종=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체험형 안전교육#화재#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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