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안보협력 맞장구… 희미해지는 ‘日 전수방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中 해양굴기 견제 이해 일치
日 연합훈련, 英-佛 등으로 다변화… 호위함 인도양까지 파견하기도
항모 개조-장거리 미사일 개발, ‘전수방위 위배’ 목소리 파묻혀

“인도태평양을 지역 평화와 번영의 축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28일 해상자위대 호위함 ‘가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연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을 위한 미일 협력이 진전됐다.”(27일 미일 정상회담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본을 국빈 방문한 25∼28일 양국 정상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했다. 일본은 이 키워드를 활용해 방위력 강화의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유지하던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은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원칙을 무력화하기 위해 미국의 묵인 아래 인도태평양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2016년 8월 아프리카 케냐 아프리카개발회의에서 ‘FOIP’를 처음 언급했다. 당시 그는 “인도양 및 태평양에 법의 지배, 항행(航行)의 자유, 자유 무역이 보급돼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7년 11월 아시아 순방 당시 FOIP를 모토로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개국 연대를 강조했다. 한 일본 외교 소식통은 “일본에서 먼저 제시한 모토를 미국이 그대로 차용하면서 양국의 공동 목표가 된 유일한 사례”라고 말했다.

미일이 FOIP를 공유하는 이유는 노골적으로 ‘해양 굴기’를 강조하고 있는 공동의 적(敵)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과거 일본은 미국하고만 해상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2017년 이후 영국 프랑스 인도 등으로 이를 다변화했다. 지난해 9월 말 자위대 해상호위함 ‘가가’와 ‘이나즈마’를 인도양에 보내 인도 및 스리랑카 해군과도 공동훈련을 가졌다.

미국도 지난해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기지의 태평양 사령부를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개편했다. 최근 강습 상륙함 아메리카호, 스텔스 상륙함 뉴올리언스호의 아시아 배치 계획도 발표했다.

이처럼 두 나라가 안보 협력을 강화하면서 전수방위 문제는 완전히 묻히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이즈모급 호위함을 전투기 이착륙이 가능한 사실상 항공모함으로 개조한다는 계획을 처음 밝혔다. 당시 일본 안에서도 “전수방위 위배”란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가가’에 승선해 “이 호위함이 최첨단 스텔스 항공기 F-35B를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될 것”이라며 “더 넓은 영역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도 이젠 그런 비판의 목소리조차 사라졌다.

최근 일본 방위성 또한 공격형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적 기지를 공격하려는 능력을 갖추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위협이나 북한 공격에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명목 때문인지 반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 외교소식통은 “‘강한 일본’을 외치는 아베 총리와 방위비 분담을 줄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양국 군사협력 강화 과정에서 전수방위 원칙이 더 무력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미일 안보협력#일본 전수방위#인도태평양 전략#중국 해양굴기 견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