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 계속땐 희토류 무기로 삼는건 시간문제”… 경고 날린 中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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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억누르는데 활용 용납 못해” 당국-관영언론, 반격카드 거론
中, 희토류 생산 전세계 90% 차지… 수출제한땐 美 심각한 타격 우려


중국이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거래 제한, 상계관세 부과 가능성 등에 대한 ‘맞보복’으로 희토류(稀土類·Rare Earth Elements) 수출 제한 및 중단 카드를 꺼냈다. 미국은 현재 희토류 수입의 80% 이상(2014∼2017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 희토류 보복카드 경고

관영 중국중앙(CC)TV는 28일 오후 10시경 중국 경제정책 계획과 집행을 담당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관계자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누군가가 우리가 수출한 희토류로 만든 상품을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고 억누르는 데 사용한다면 (희토류를 생산하는) 장시(江西)성 남부 인민과 중국 인민 모두 불쾌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발개위 관계자 발언을 두고 “발개위는 중국 정부의 한 부문으로 발개위 관계자 발언은 당연히 권위가 있다”며 “이 관계자 발언 중 어떤 부분이 중국의 일관된 정책과 부합하지 않는 것이 있느냐. 발언 중에서 도리에 어긋나는 부분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희토류 카드가 무역 전쟁에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런민일보도 논평에서 “중국 희토류에 의존하는 미국의 전자 및 군사 제품들이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는 데 쓰이는 것을 중국인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추시보는 “미국이 계속 중국에 압박을 가하면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삼는 건 시간문제”라고 진단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장시성의 희토류 공장을 방문해 “희토류는 중요한 전략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2010년 일본과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을 벌일 때도 희토류 수출 중단을 선언하며 일본을 압박했다.

○ 中 보복 때 파장 전망 엇갈려

‘4차 산업혁명의 쌀’로 불리는 희토류는 란타넘(La), 세륨(Ce) 등 란탄계 원소 15개, 스칸듐(Sc), 이트륨(Y) 등 17개 원소를 뜻한다. 반도체, 스마트폰, 전기차 외 제트엔진, 위성, 레이저 설비 등 군용 무기에도 쓰인다. 채굴도 어렵고 채굴 과정에서의 환경오염으로 생산하는 나라가 많지 않다.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4400만 t)은 세계 전체의 40%지만 생산량은 전체의 90%에 달한다. 지난해 7월 무역 분쟁 발발 후 중국산 상품에 잇달아 ‘관세 폭탄’을 투하한 미국도 희토류만은 관세에서 제외했을 정도다.

보복 후폭풍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희토류를 직접 미국에 수출하기보다 희토류를 포함한 중간제품을 중국과 일본에서 가공한 뒤 미국으로 보낸다”고 진단했다. 2010년 중일 희토류 분쟁 때도 일본은 이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승소했고 희토류 수입처도 다변화했다.

반면 영국 BBC는 “미국의 관련 산업에 수조 달러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미국이 자체 가공하려 해도 기반시설 마련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중국이 원료 공급을 차단하면 그마저도 어렵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당시 롯데그룹과 현대자동차 등에 보복했듯 애플, 나이키, 디즈니, 제너럴모터스(GM) 등 미 대표 기업에 사드 때와 유사한 보복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이윤태 기자
#중국#화웨이 제재#희토류 수출제한#미중 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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