在獨 극작가 겸 연출가 박본 씨 “김정은과 함께 삼겹살에 소주 한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문학번역원 초청 방한 두 해외 한인작가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정은이 형에게 “노래방 값을 대신 낼 테니 강제수용소를 하나 폐쇄하라”고 말한다. 김정은은 소주 몇 잔을 삼킨 뒤 “내가 국민들을 노예처럼 부린다고 하지만 너희 세계에서는 너희와 다른 모두가 노예”라고 항변한다.

도발적인 설정으로 시작하는 극에서 세상은 발칙하고 유쾌하게 뒤집힌다. 누군가는 “황당무계한 발상”이라며 비판하지만, 극작가 박본(32·사진)은 “연극은 허구를 창조하는 일”이라며 “진지하고 무거운 사건에 공감한다면 이런 상상과 유머마저도 슬프게 다가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한국문학번역원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났다. 한국계 독일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박본은 동네 형 같은 김정은과 ‘정신 차린 트럼프’의 모습이 담긴 희곡 ‘으르렁대는 은하수’로 2017년 베를린 연극제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대학에서 극작을 공부한 그는 앞서 희곡 ‘젊은 2D 슈퍼마리오의 슬픔’ ‘슬픔과 멜랑콜리’ 등으로 혁신상, 신진 극작가상을 타기도 했다.

어린 시절 잠시 부산에서 살았던 그는 줄곧 독일에서 자랐다. 아시아인으로서 정체성이 작품 활동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의 이름 ‘본’은 독일어 ‘Bonn’으로 쓰이지만, 실은 뿌리 ‘本’자에서 따왔다.

“독일에서는 어딜 가든 아시아인 외모로 규정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컸어요. 이민자 무리 안에서도 주류인 터키인과 구별되는 소수의 한국인이었죠. 독일 극단 안에서도 제 뿌리인 한국 관련 이야기를 기대하는 시각도 분명히 있거든요.”

1년에 한 번 정도 한국을 찾는 그는 “앞으로 연출할 ‘독일’ 프로젝트에 이어 ‘한국(The Korea)’이라는 주제를 담은 극 작업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어 “연극 안에서 현실 정치나 사회를 바꾸기보다는 가상의 예술 공간 안에서 재밌고 짓궂은 세계를 창조하며 ‘친절하면서 못된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박본#한국문학번역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