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표 외식 메뉴’ 덜 달고 덜 느끼한 건강한 짜장면을 찾아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9일 15시 51분


코멘트
동아일보DB
동아일보DB
음식을 맛보고 맛집을 찾는 일에 종사하면서 가장 어려운 숙제는 건강한 짜장면을 찾는 일이었다. 이 과제는 지금도 미해결인 상태로 남아있으며 전국에 미식 취재를 가게 되면 명망 있는 짜장면집을 빠지지 않고 들르게 한다. 이는 사명감이라기 보다는 개인적인 절박함에 의해서가 더 옳다. 가족애 마냥 끈끈한 짜장면에 대한 애정에 그들을 맛있고도 건강한 짜장면의 세계로 안내하고 싶었다.

짜장면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만은 짜장면에 대한 불신 또한 만연하게 깔려있다. 중국집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시판 춘장은 검은빛을 띄는데 이는 전분으로 만든 캬라멜 색소 때문이다. 여기에 다량의 설탕을 투척하여 짜장은 들척지근한 단맛을 낸다. 이것저것 튀긴 후에 검게 그을린 식용유에 단품 요리를 하다 남은 야채와 고기 자투리를 이것 저것 섞고 검은 춘장을 넣고 대량 볶아내어 한 솥의 짜장 소스를 만든다. 면발은 밀가루 반죽 만으로 쫄깃하게 만들 수는 없다. 식소다라 불리우는 탄산수소나트륨을 넣어야 적게 치대도 탄성 있는 면발을 만들 수 있다. 짜장면을 처음 한 두 입은 맛있게 먹다가도 한 그릇 비우면 속이 더부룩하고 후회가 밀려오는 이유가 이런 소스와 면발이 합심하여 뱃속에서 요동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외식 메뉴에서 짜장면을 제외하기란 김치 빼고 집밥을 차리는 것 마냥 허전했다. 그래서 덜 느끼하고 덜 달고, 먹고 나서 소화가 잘 되는 짜장면 찾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물론 화학첨가물이 전혀 없는 짜장면을 찾으면 좋겠으나 이는 짜장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먹지 않는 편이 낫다.

동보성 삼선간짜장

동보성은 중국대사관의 연회장으로 많이 회자되는 곳이다. 선도 높은 재료와 깔끔한 조리법이 이곳의 생명력이다. 어르신들이 짜장면을 즐기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소화가 편하기 때문이다. 짜장 소스는 양파와 새우가 주를 이루는데 통통한 새우살에 감칠맛이 돈다. 짜장에는 기름이 덜하며 진득하게 볶아낸 소스에 춘장 특유의 감칠맛이 살아있다. 면은 노란빛이 감돌아 무첨가제 순밀면이라 하긴 어렵지만 충분히 잘 소화되는 무난한 면발이다. 지금의 남산자락 중국 영사관 자리에서 영업하다가 2005년 명동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왕스덕 유니짜장

이곳의 주방장은 중국 산둥 태생의 중국인으로 전취덕 전 주방장 출신이다. 베이징 카오야가 대표적인 메뉴이지만 짜장면이 의외로 훌륭하다. 중국 요리의 핵심인 불맛과 칼맛, 자연적인 원재료 맛을 추구하는데 기름과 MSG를 덜 쓰고자 하는 노력은 짜장면에서도 이어진다. 면은 하늘하늘 얇아서 우리의 안동국시 면발과 흡사하다. 춘장을 볶고 고기를 갈아낸 유니짜장 형식이다. 달지 않고 구수하며 소스를 안고 넘어가는 면의 식감이 세련되고 깔끔하다. 물론 먹고 나서 개운한 감이 이곳 짜장면의 미덕이다.

마마수교의 산둥짜장면

캬라멜색소가 첨가되지 않는 수제 춘장을 맛보기 위해서는 이곳을 들를 필요가 있다. 직접 콩과 밀가루로 메주를 쑤고 발효하고 숙성시켰으며 조미료나 화학첨가제를 넣지 않은 춘장이다. 자연의 볕과 바람에 숙성시킨 장맛으로 승부한다. 소금이나 설탕 조차 넣지 않으나 새콤달콤 구수함이 살아 숨쉰다. 산동 출신 조부가 60년전 한국에 정착하여 중국집을 열었는데 그 때부터 3대째 영업 중이다. 할아버지 대에서부터 발효시켜온 씨 ‘첨면장(甛麵醬)’을 지금도 이어오고 있다. 양파와 감자로 단맛과 점도를 살렸고 보드랍게 으깨어진 콩 맛에 몸이 아픈 사람들도 자장면을 먹고 싶을 땐 이곳을 찾고 다시 찾는다.

임선영 음식작가· ‘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