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지능 낮다는 김정은 지적에 동의”… 트럼프 발언에 美정치권 “독재자 편드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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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의원도 나서 “명백한 잘못”… 美언론 “北 미사일도 두둔”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능지수가 낮은 멍청이’라고 비난한 북한에 호응한 것을 두고 미 언론과 정치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 교감을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기자회견 내용이 “독재자를 편든다”는 비난 속에 정치권의 공방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27일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내놓은 발언은 이처럼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그는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북한의 발언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김정은은 바이든의 지능이 낮다는 발언을 아마도 기록에 근거해서 했을 것”이라며 “내용에 대해 그(김정은)에게 동의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린 공식석상에서 미국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을 김 위원장과 함께 합동 공격하는 듯한 태도를 나타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 다르게 본다. 발사에 대해 개인적으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 부분을 놓고도 비판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과 동맹국과도 의견을 달리하며 북한을 편들었다”고 지적하며 미일 간 이견에 초점을 맞췄다. 앞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아베 총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연일 커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북한과의 딜을 노리며 바이든, 볼턴, 일본을 모두 거슬러 김정은에게 동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 출신인 공화당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은 트위터 계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주말에 독재자를 칭찬하면서 바이든을 저격하고 있다. 명백한 잘못”이라고 말했다.

톰 맬리나우스키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CNN 방송에 출연해 “미국 대통령에게 아첨하고 그의 정적을 모욕하면, 미사일을 발사하고 동맹을 위협하며 미국 시민을 살해해도 괜찮다는 신호를 북한뿐 아니라 적대국 전체에 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동맹들은 물론이고 참모들로부터도 점점 고립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재선을 위해 자신의 비핵화 노력이 성공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바이든#김정은#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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