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아마존, 직원의 ‘무료배송’ 한수에 회원 1억명 대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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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發 혁신사례 소개

연 매출 2300억 달러, 2018년 미국 포천 500대 기업 중 8위. 미국의 ‘유통 공룡’ 아마존의 현주소다.

지금의 아마존이 있기까지 고객 기반을 넓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무료 배송’ 서비스는 2004년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이다. 과거에는 고객들이 25달러어치 이상을 구매하거나 추가로 3∼5일을 기다려야만 무료 배송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던 회사가 무료 배송을 포함한 최초의 정액제 프라임 멤버십 제도를 내놓자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기꺼이 유료 멤버십에 가입했을 뿐 아니라 사전 비용을 낸 배송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 더 많은 상품을 아마존에서 주문하기 시작했다.

만약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가 15년 전 직원이 낸 아이디어를 뭉개거나 그냥 지나쳤다면 어땠을까. 현재 약 1억 명의 회원을 보유한 이 프라임 멤버십 제도가 출현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당시 연간 79달러로 출발한 멤버십 제도는 두 차례에 걸친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으며, 아마존이 다른 온라인 e커머스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아마존을 비롯한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를 혁신의 동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73호(5월 15일자)에서 다양한 ‘임직원발(發) 혁신’ 사례를 다뤘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 공식적인 보상 제도를 통한 아이디어 공유 활성화

독일 자동차 제조사 아우디는 임직원들이 창의적인 혁신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도록 유도하기 위해 ‘아이디어 프로그램(Ideas Program)’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낭비를 막아 작업을 더 쉽게 만드는 작은 혁신들을 이루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눈여겨볼 점은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가 구현될 경우 해당 제안을 한 직원에게 비용 절감액에 비례하는 인센티브, 즉 ‘금전적 보상’을 지급한다는 점이다. 이는 직원들의 혁신을 독려하는 강력한 유인책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아우디는 2017년 한 해에만 이 제도를 통해 임직원 제안 1만5000건을 채택했고, 이는 총 1억8600만 유로(약 250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로 이어졌다.

한 예로, 아우디는 엔진개발팀의 정비공 두 명이 낸 아이디어를 발굴해 매년 약 10만 유로의 비용을 아끼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근무하고 있는 정비 건물의 환기 시스템이 24시간 돌아가는 게 금전적 낭비라고 판단하고 동료들의 근무 시간을 관찰해 환기가 필요한 시간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시스템을 작동하고 나머지 시간은 팬 속도를 낮추는 게 경제적이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이를 현장에 적용해 비용을 아끼는 데 성공했다. 이 밖에 아우디의 품질 보증 분야에서도 3명의 직원이 자동차 문 측정 방법을 개선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해 매년 200시간 상당의 근무 시간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 금전적 보상 대신 명예를 부여해 직원들의 참여 독려

인도의 정보기술(IT) 서비스 대기업으로 전 세계 44개국에 지사를 둔 HCL테크놀로지는 직원들의 혁신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2010년부터 ‘매드 잼(MAD JAM·Make a Difference Jamboree)’이라는 경연대회를 열고 있다. 이 대회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본선부터 전 세계 직원들이 온라인 투표로 다음 라운드의 진출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로 7차 경연대회를 끝낸 매드 잼에는 현재까지 2700명이 넘는 임직원이 참가했다. 여기서 인정받은 아이디어들은 HCL테크놀로지의 경영진을 포함한 회사 내외부 멘토들의 피드백을 받아 실제 개발로 이어진다. 한 예로 2012년의 경우 최종 우승한 직원이 내놓은 ‘마이클라우드’라는 컴퓨팅 관리 프레임워크를 비롯해 19명의 준결선 진출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실제로 구현됐고, 그해에만 33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는 성과를 냈다.

○ 직원들을 존중하는 조직 문화 중요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공식 제도나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만 임직원발 혁신을 독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을 존중하는 조직 문화만으로 변화를 끌어낼 수도 있다. 복잡한 보고 과정 없이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수렴하는 열린 문화로 잘 알려진 버진그룹 사례가 대표적이다.

버진그룹의 계열사 버진트레인은 기차 이용자들이 대기하던 공터를 주변 지역 상인들의 장터로 만들자는 직원의 아이디어를 수용해 이용객과 주변 상권 모두로부터 환영받는 혁신을 할 수 있었다. 이 직원의 아이디어 덕분에 버진트레인 이용객들은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자투리 시간을 지역 특산물을 구경하거나 사면서 보낼 수 있게 됐다. 대기시간이 여행의 연장이 된 셈이다. 또 버진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버진오스트레일리아항공 역시 자사 항공 이용객이 공항 외 다른 곳에서도 가방을 체크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직원의 아이디어를 호주 전역에 도입해 고객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이처럼 혁신은 위에서 아래로 주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임직원들의 아이디어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서 출발한다. 아우디의 정비공들은 자기 업무 영역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던 상황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낭비를 막는 ‘작은 혁신’을 일궈냈다. 또 아마존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자신이 고민해야 할 업무가 아니었음에도 칸막이를 뛰어넘어 소속 기업의 이익 창출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지속 가능한 혁신의 방법을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기존 통념에 도전하고, 업무 경계를 뛰어넘는 직원들의 아이디어까지 수용할 수 있는 제도와 조직 문화를 갖추고 있는지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천명기 오번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mzc0113@auburn.edu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아마존#임직원발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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