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서 점점 멀어지는 대구-경북 지역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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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국제선 환승 전용 내항기… 내달부터 오후 항공편 없어져 불편
KTX 연결편도 지난해 폐지… 4시간 걸리는 리무진 버스 이용해야

28일 대구 동구 지저동 대구공항 주차장이 평일임에도 여행객의 차량으로 꽉 차있다. 대구공항은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이용객이 느는 반면 지역의 인천공항 접근성은 갈수록 떨어져 구공항의 이전 및 확장 문제를 조속히 해
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28일 대구 동구 지저동 대구공항 주차장이 평일임에도 여행객의 차량으로 꽉 차있다. 대구공항은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이용객이 느는 반면 지역의 인천공항 접근성은 갈수록 떨어져 구공항의 이전 및 확장 문제를 조속히 해 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대구에 사는 직장인 박성용 씨(31)는 11월에 떠날 신혼여행 계획을 짜다 고민에 빠졌다. 대구공항에서 매일 오전, 오후 한 편씩 뜨던 인천공항행 국제선 환승 전용 내항기의 오후 항공편이 다음 달부터 없어지기 때문이다. 박 씨는 토요일 오전에 결혼식을 올린 뒤 오후에 대구공항에서 내항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가서 곧바로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행 항공편으로 갈아탈 계획이었다. 내항기 오후 항공편이 없어지면 시간이 훨씬 더 걸리는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아예 여행 계획을 바꿔야 한다.

박 씨는 “결혼식을 치르고 피곤한 몸으로 4시간 남짓 걸리는 고속버스를 타거나 고속철도(KTX)를 이용해 서울역이나 광명역에서 환승할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질 않는다”며 “일정을 하루 줄여 다음 날 출발하거나 가까운 데로 여행지를 바꿀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와 경북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인천공항으로 바로 연결되던 경부선 KTX 노선이 폐지된 데 이어 대구∼인천 내항기 노선도 줄어든다.

대구시와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다음 달 1일부터 대구∼인천 내항기 노선을 왕복 기준 주 10회에서 주 7회(하루 1회)로 줄인다. 지난달 1일부터 왕복 주 14회(하루 2회)에서 주 10회로 운항을 줄였는데 두 달 만에 더 축소하는 것이다.

내항기는 여객의 환승 편의를 위해 국제선 자격으로 운항하는 국내선 항공편이다. 국제선을 이용하는 환승객만 탈 수 있다. 내항기를 이용하면 대구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짐을 부친 뒤 약 1시간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해 별다른 수속 없이 몸만 다음 비행기로 갈아타면 된다.

그동안 내항기는 매일 대구에서 오전 6시 55분과 오후 5시 15분에, 인천에서 오전 8시 35분과 오후 8시 25분에 출발했다. 이번에 없어지는 시간대는 대구 출발 오후 5시 15분, 인천 출발 오전 8시 35분 항공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당 시간의 내항기 탑승률이 20%대에 불과해 운항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인천의 미주, 유럽 노선 출발과 도착이 대부분 낮에 몰려있어 내항기는 대구 오전 출발편, 인천 오후 출발편만 운영하더라도 승객들에게 큰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출발해 동대구역 등을 거쳐 인천공항에 도착하던 KTX 노선은 지난해 폐지됐다. 코레일은 지난해 2월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강릉선 KTX 집중 운행 등을 이유로 해당 노선의 운영을 중단했다가 그해 9월부터 운영 효율성을 이유로 아예 노선을 없앴다.

이 때문에 대구에서 내항기를 이용하지 않고 인천공항에 가려면 4시간 남짓 걸리는 리무진 버스를 타거나 KTX를 타고 서울역이나 광명역에서 다시 리무진버스 또는 공항철도로 갈아타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밟아야 할 출국 수속 시간까지 감안하면 인천공항에 접근하기는 더 힘들어진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대구시가 추진하는 K-2·대구공항 통합 이전 사업은 일부 단체가 시민 찬반투표를 제안하는 등 논란이 가열돼 지지부진하다. 강주열 대구경북하늘길살리기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대구공항을 키워 인천공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공항 이전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항공사에 수차례 내항기 노선을 유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수익성 문제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정부가 올해 이전 후보지를 선정하기로 한 만큼 K-2·대구공항 통합 이전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인천공항 국제선 환승 전용 내항기#대구공항#내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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