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佛,유럽의회 선거 끝나자 ‘집행위원장’ 놓고 격돌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28일 1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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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EU 정상들 모여 집행위원장 선출 문제 논의
마크롱, EU 관례 깨고 '투표 선출' 도입 주장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위원장, 이른바 EU 대통령 자리를 놓고 프랑스와 독일의 본격적인 격돌이 시작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자국의 만프레트 베버 유럽국민당(EPP) 대표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출신의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협상 수석대표를 앞세운 정치싸움을 시작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회 내 제1당의 대표를 집행위원장으로 선출하는 EU의 관례에 반발하며 자신에 힘을 실어줄 동맹국을 찾아나선 모습이다.

27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EU 회원국 정상들은 유럽의회 선거를 마친 이틀 뒤인 28일 밤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차기 집행위원장과 정상회의 의장 후보 추천 문제를 논의한다.

EU는 2009년 12월 발효된 리스본조약에 따라 차기 집행위원장을 유럽의회 선거 결과와 연계토록 했다. 의회 선거 기간 동안 각 정치그룹(유럽의회의 정당 격)은 그들을 총괄할 대표후보, 즉 슈피첸칸디다텐(Spitzenkandidaten)을 세우는데 이들 중 제1당을 차지한 정치그룹 대표는 자연스럽게 집행위원장이 되는 방식이다.

이대로라면 이번 선거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EPP의 슈피첸칸디다텐인 독일 출신 만프레트 베버가 집행위원장에 오를 전망이다. 메르켈 총리도 일찍이 “슈피첸칸디다텐 방식을 지지한다”며 베버를 집행위원장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의회 내 제1당과 제2당을 차지한 EPP(180석)와 유럽사회당(S&D·145석)이 40년만에 처음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며 슈피첸칸디다텐 방식에 제동이 걸렸다.

의원의 과반의 동의를 얻지 못한 대표를 집행위원장으로 선정할 수 없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다.

프랑스는 대표적인 반(反)슈피첸칸디다텐 국가다.

유럽의회 선거가 끝난 뒤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한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는 자유민주주의동맹(ALDE)과 공동 성명을 통해 “유럽의회에 새로운 힘의 균형이 생겼다”며 “이는 당파적인 노선을 넘어 강력한 다수를 구성할 수 있는 집행위원장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ALDE의 대표후보인 기 베르호프스타트는 “(ALDE과 LREM이 손을 잡고 형성한) 새로운 정치그룹은 의회 과반 의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모든 후보군을 고려하고자 한다”고 했다.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우리가 가입할 정치그룹은 진보적 동맹을 창조할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녹색당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의사를 전했다.

룩셈부르크,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등의 정상들도 이미 슈피첸칸디다텐 제도에 따라 집행위원장을 결정하는 데 대해 반대입장을 밝혀왔다.

제2당인 S&D 내부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도 불만(독일·사민당 소속) S&D 의원은 27일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S&D의 대표인 프란스 티메르만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집행위원장이 되길 바란다”며 “진보적인 동맹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베버가 EU에서 주요 직책을 지낸 경력이 없다는 것도 발목을 잡는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벨기에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낸 바르니에 EU 수석대표를 “유럽지도자 후보에 오를 만한 사람”이라고 칭하며 적극적인 지지를 표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베르니에 대표는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다”며 “영국과의 협상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이를 다시 보여줬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EU의 한 외교관은 “프랑스를 선두로 한 12개 국가가 슈피첸칸디다텐 방식에 반대할 것을 시사했다”며 “베버가 집행위원장에 오르긴 힘들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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