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車 106만대 리콜 회피… ‘사고 위험’ 방치한 국토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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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리콜 관리실태 점검
리콜대상車 7000대 그냥 팔리고 렌터카 9만대는 의무규정 없어
BMW 연쇄화재 보고받고도 원인분석 미적대다 사태 키워


정부의 안일한 사후 점검으로 인해 리콜 대상으로 분류된 결함 차량 7010대가 버젓이 판매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차량 결함이 확인됐는데도 정부가 자동차 제작사들이 반발한다며 리콜 결정을 회피한 차량만 106만 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동차 인증 및 리콜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까지 결함 있는 자동차가 리콜되지 않은 채 판매됐는지 확인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 결과 리콜 대상 자동차가 전시용 차량으로 사용되거나 부품 부족 등을 이유로 수리를 하지 않았는데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그대로 팔렸는데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것. 이렇게 시정 조치 없이 자동차를 판매한 자동차제작·수입회사는 37곳에 이른다.

또 차량 결함이 확인돼 리콜 차량으로 지정되더라도 자동차 렌트업체들이 보유한 차량에 대해선 리콜 의무 규정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6월 기준으로 리콜 대상인데도 렌터카 9만3358대가 리콜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국토부가 2013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리콜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된 차량 106만여 대에 대해서 “제작 결함을 확인하고도 리콜 대신 법적 근거가 없는 공개 무상수리 권고를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가 안전기준을 위반하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이 있는 경우 리콜하도록 규정돼 있다. 자동차 관리법은 자동차 제작자에게 △리콜 내용을 공고하고 △소유자에게 개별 통지 △분기마다 국토부에 시정률을 보고하도록 하는 리콜과 달리 무상수리 권고는 이 같은 의무가 없다.

국토부는 차체 부식이 결함으로 지적된 한 차종의 경우 ‘급제동 시 차량이 우측으로 쏠려 차선을 이탈할 수 있다’는 교통안전공단의 조사 결과가 있었지만 리콜하도록 두 차례 공문을 발송한 뒤 자동차 제작자들이 반발한다는 이유로 무상수리 권고로 결정을 변경했다. 열쇠잠금장치가 파손돼 주행 중 핸들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어 위험했던 또 다른 차종에도 무상수리를 권고했다. 이후 도로 위에서 차량이 멈추는 사고들이 잇따랐음에도 국토부는 끝내 리콜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감사원은 또 BMW가 지난해 7월 엔진 화재 사고로 10만여 대를 리콜하기 전까지 차량 결함과 관련된 문제가 여러 차례 포착됐는데도 관계 기관이 사전 대응에 소홀했다고 판단했다. 리콜 결정 2년 전부터 주행 중 화재 관련 언론보도는 물론 소비자 불만 신고로 사회 문제로 대두됐지만 지난해 7월에야 조사에 착수해 손놓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차량 소유주들이 직접 화재 당시 폐쇄회로(CC)TV 화면 영상과 화재 부위 사진을 첨부하며 상세히 신고했지만 교통안전공단은 “신고내용이 접수됐다”고 통지만 하고 화재사고 원인을 분석하거나 조사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2017년 11월 BMW사가 교통안전공단에 제출한 정비 매뉴얼에 차량 화재사고와 유사한 고장 증상 및 원인, 수리방법이 설명돼 있었지만 공단 측이 자료를 분석하거나 조사하지 않았고, 국토부도 이런 상황을 방기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국토부와 교통안전공단 측은 감사 과정에서 “매달 제출되는 자료 양이 방대하고 인력난에 시달려 현실적으로 자료들을 모두 볼 수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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