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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과 만난 국악 ‘제3의 꽃길’… 활발한 교류 장르 경계 허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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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과 만난 국악 ‘제3의 꽃길’… 활발한 교류 장르 경계 허물어

임희윤 기자 입력 2019-05-23 03:00수정 2019-05-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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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에서 18일 공연한 신생 밴드 ‘이날치’는 소리꾼 다섯, 베이스기타 둘, 드러머 하나로 구성됐다. 이날 공연에서 한 시간 넘게 ‘수궁가’의 스토리와 음악을 강렬하게 재해석했다. 유슬리스프레셔스 제공
“별주부가 울며 여짜오되! 별주부가 울며 여짜오되! 별주부가 울며 여짜오되!”

마치 공포영화의 엔딩 크레디트를 보는 듯했다. 빠르고 긴박한 드럼 리듬, 베이스기타의 하향 선율에 맞춰 다섯 남녀는 무당처럼 춤추며 편집증적으로 한 구절을 반복했다.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18일 저녁 열린 ‘들썩들썩 수궁가’ 공연은 문화 충격에 가까웠다. 무대에 오른 밴드는 8인조 ‘이날치’. 소리꾼 다섯, 베이스기타 둘, 드러머가 한 명인 듣도 보도 못한 편제다. 판소리 ‘수궁가’의 눈대목들을 재구성해 강렬한 록 음악에 섞어냈다. 영화 ‘곡성’ ‘부산행’의 음악감독인 장영규가 리더다. ‘장기하와 얼굴들’ 출신의 베이시스트 정중엽도 일원이다. 장 씨와 정 씨는 두 대의 베이스기타로 낮은 음과 높은 음을 오가면서 충동적인 리듬과 선율을 만들었고, 20∼40대의 젊은 소리꾼들은 때론 무녀처럼 때론 래퍼처럼 무대를 휘저으며 토끼와 별주부 이야기를 질펀하게 풀어냈다.

국악계와 대중음악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서로가 전기충격을 줘 전혀 다른 화합물을 내놓고 있다. 록과 재즈의 뛰어난 연주자들이 소리꾼들과 앞다퉈 밴드를 결성하고 있다. 국악이 대중음악의 새로운 레퍼토리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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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대중음악’의 새 결합 공식은 2014년 무렵부터 개화했다. 최근까지 밴드 ‘잠비나이’ ‘블랙스트링’ ‘엔이큐’ ‘씽씽’이 잇따라 세계 음악계에서 각광을 받았다.

재즈와 가야금, 한국인과 외국인이 뭉친 밴드 ‘신박서클’. 왼쪽부터 신현필(색소폰), 박경소(가야금), 서영도(베이스기타), 크리스티안 모란(드럼). 플랑크톤뮤직 제공
대중음악 페스티벌 섭외도 받으며 하반기 앨범 제작 예정인 ‘이날치’의 장영규 씨는 “판소리 다섯 바탕 중 가장 밝고 신나는 수궁가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만한 요소를 가졌다”며 “이야기 전달이 중심이며 문장의 길이에 따라 박자가 변하는 판소리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건반이나 기타 대신 베이스기타에 무게를 두게 됐다”고 했다.

각각 업계 베테랑인 재즈 색소포니스트 신현필과 가야금 연주자 박경소를 중심으로 결성한 ‘신박서클’도 최근 데뷔 앨범을 냈다. 25일 공연한다. 29일 콘서트를 여는 신진 밴드 ‘신노이’는 소리꾼 김보라, 재즈 베이시스트 이원술, 전자음악가 하임이 뭉친 팀이다.

지난달 인디 음악 발굴 영상 시리즈 ‘온스테이지 2.0’에 공개된 ‘악단광칠’의 ‘영정거리’ 공연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1만5000회를 넘으며 화제가 됐다. ‘미친 코리안의 감성’이란 댓글도 달렸다. 악단광칠은 황해도 굿과 현대적 안무를 결합해 선보이는 팀이다.

기관과 단체도 ‘국악-대중음악’ 물결을 적극 수용하는 분위기다. 국립국악원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작곡 공모전을 연다. 다음 달 18일까지 접수한다. 국악기 사용은 필수이지만 록부터 힙합까지 장르에 제한은 없다. 올해 제시된 응모 레퍼토리는 남창가곡 ‘편락’, 동부민요 ‘뱃노래·자진뱃노래’,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다. 국악원 관계자는 “이들 3곡의 전통 성악곡 선율을 활용해 자유롭게 편곡 또는 작곡을 해야 한다. 지난해 힙합 댄스곡부터 오케스트라곡까지 다양한 장르로 319곡이나 접수돼 놀랐다. 올해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음악가 원일 씨는 “7월 국립극장이 주최하는 ‘여우락 페스티벌’에 소리꾼, 전자음악가, 서양악기 연주자를 결합한 13인조 밴드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들썩들썩 수궁가#국악#이날치#신박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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