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동의없는 제3자 정자 사용 인공수정, 아내의 부정행위로 혼외자를 출산해 혈연관계 없음이 명확한 경우, 가족이 파탄난 경우에 해당한다면 친생(친자)추정 예외를 확대적용해 제척기간 제한없이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사건 원고는 제3자 인공수정 출산에 동의했다가 이후 변심해 친생부인권을 행사했다. 친생부인을 주장하는 사람의 부부관계가 파탄됐더라도 그건 보호대상인 자녀의 귀책사유가 아닌데 그런 사정을 인정해 자녀의 생물학적 아버지도, 법률상 아버지도 없게 되는 상태를 법원이 인정하는 게 합당한지 의문이다.”
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해 낳은 자녀를 남편 친자식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벌어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부인과 이혼한 A씨가 두 자녀를 상대로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달라고 낸 소송의 상고심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고 각계 의견을 들었다.
이날 공개변론은 대법원이 기존 판례 변경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 열렸다.
민법은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를 남편 친자식으로 추정하고, 이를 깨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친생부인소송’을 인정한다. 대법 전합은 1983년 7월 부부가 같이 살지 않아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다는 사정이 외관상 명백한 경우만 친자식으로 추정할 수 없다는 예외를 인정했다.
이후 과학기술 발전으로 제3자 정자를 이용한 인공수정 등 새 형태의 임신·출산이 나타나며 친자추정 예외 인정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돼왔다. 과거와 달리 유전자형 일치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친자관계 입증 어려움도 크게 던 상태다.
이에 36년만에 기존 판례를 바꿀지, 유지할지를 두고 첨예한 공방이 오갔다.
원고측 김혜겸 변호사는 “친생추정 원칙을 정한 민법 844조는 제정 50여년, 예외를 인정한 대법 판결은 30여년이 지난 현 시점에선 과학적으로 (친자 아님이) 명백하고 상호 정서적 사회적 유대관계 단절이라는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이를 토대로 판례가 변경돼야 한다”고 친생추정 예외 확대를 주장했다.
안성영 변호사도 “기술발달로 진실한 혈연관계 판단이 손쉬워졌는데도 친자관계를 지속시키는 건 가족 구성원 복리와 가정 평화의 법익을 조화시키지 못하고 불행한 가족관계를 지속하게 해 매우 불합리하다”며 제척기간 2년이 지나도 친생부인 소송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역시 서면의견서에서 “친생추정 규정으로 출생신고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녀 복리, 인권보호를 고려해 법원에서 친생추정 예외인정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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