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 여경’ 논쟁 본말전도…‘뺨맞는 공권력’ 문제로 봐야”

  • 뉴스1
  • 입력 2019년 5월 20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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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경찰 “문제 없었다…평소 과잉진압 의식하고 대처”
전문가들 “‘물공권력’ 강화하고 여성경찰관 지원도 필요”

여성 경찰관이 주취자를 제압하는 모습 (구로경찰서 제공) © 뉴스1
여성 경찰관이 주취자를 제압하는 모습 (구로경찰서 제공) © 뉴스1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서 지난 13일 발생한 ‘대림동 경찰관 폭행’ 사건 영상을 둘러싸고 여성경찰관의 현장 대응을 문제 삼는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실제 발생장소는 구로동). 하지만 일선 경찰과 전문가들은 여성경찰관의 대응에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공권력을 무시하는 사회 일각의 세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해당 영상은 지난 15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재되면서 논쟁에 불을 지폈다. 비판이 확산되자 경찰은 17일 영상원본을 공개하고 해당 여성경찰관의 대응이 정당했다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여성경찰관의 현장 대응을 비판하는 지적은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다. 지난해 9월에는 부산에서 교통사고 현장을 정리하던 여성경찰관들의 사진이 도마에 올랐다. 사진 게시자는 여성경찰관이 미숙해서 남성이 교통사고 운전자 구조를 도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쟁이 되풀이될 때마다 ‘여경 무용론’이나 체력 검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줄을 잇는다. 대표적인 게 여성경찰관들의 ‘무릎 꿇고 팔굽혀펴기’다. 경찰은 2020년 경찰대학 입시와 경찰간부후보생 시험부터는 남녀 동일한 자세로 체력시험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장 경찰과 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의 초점이 잘못 맞춰진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경찰관이 뺨을 맞아도 과잉진압 논란을 의식해 운신의 폭이 좁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선 경찰 “여성 대 남성의 대결구도 시각은 잘못”

일선경찰관들은 해당 여성경찰관의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으며 경찰관이 뺨을 맞는 현실이 아닌, 지엽적 문제가 논점이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여성 대 남성의 대결구도가 형성돼 있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이야기가 지나치게 커졌다는 목소리도 냈다.

서울 성동구지역의 한 파출소장은 “문제의 대응장면을 봤는데 이상이 없었다”며 “증원요청은 남녀 경관 구분 없이 하는 절차이다. 요즘은 여성경찰관을 동료로 여기지 여성으로 인식하는 현장 분위기는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무엇보다 경찰관의 뺨을 때리는 모습에 너무 화가 났다”며 “그 상황에서 삼단봉을 꺼내들면 또 과잉진압이라고 문제가 됐을 것이라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여성이든 남성이든 주취자를 제압하는 건 아주 힘든 일”이라며 “남성경찰관 2명이 있었어도 상황에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여경논란’보다는 현장 경찰이 적극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이 먼저 토론의 주제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근무하는 여성경찰관 A경사는 “기동대 등 현장에서 근무를 해봤지만 근무 내용에서 남성경찰관과 차이는 없었다”며 “소수의 영상 때문에 과하게 이슈가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경찰관이 뺨을 맞는 것을 보고도 여성경찰관을 향해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과도하다”며 “영상이 찍히고 있는 상황이었고 과잉진압 소지를 피하기 위해 행동에 신경이 쓰이기도 했을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A경사가 근무하는 경찰서에서는 이날(20일) 서장 주재로 여성경찰관 40여명이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A경사는 “여성경찰관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평소 고충을 나누고 서장 차원에서 격려를 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며 “논란에 기죽지 말고 평소처럼 의연하게 대처하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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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美, 경찰 폭행하면 총…여성경찰관 지원 늘려야”

치안분야 전문가들도 이번 여성경찰관 논란은 초점이 잘못 잡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성경찰관들을 위한 지원을 늘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여성경찰관 한 명에게 손가락질을 할 게 아니라 우리나라 공권력이 뺨을 맞는다는 문제를 진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오 교수는 “미국처럼 공권력이 강한 나라에서는 경찰을 폭행하는 것은 총에 맞을 일”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테이저건을 쏴도 과잉진압이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경찰관의 대응력을 높이려면 테이저건을 쏘거나 경찰봉으로 두드려 잡을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실제로 공권력이 그렇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고도 꼬집었다.

박선영 목원대 경찰법학과 교수는 여성경찰관을 향한 못미더운 시선을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인식이 여성경찰관의 업무능력 저하로 다시 연결돼 악순환에 빠진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여성경찰관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능력이 생긴다”며 “핵심부서에 들어가고 실수도 해보고 맞아도 보면서 맷집을 기르고 궁극적으로는 남성경찰관들과 똑같이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취자는 남성경찰관들도 혼자 나가서 잡지 않는데 ‘여성경찰관이라 지원을 요청했다’고 사안이 곡해됐다”며 “여성경찰관들이 저조한 능력을 보이고 있다면 이는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훈련’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성경찰관들을 향해서도 “여성경찰관을 향한 기존의 시선에 안주하려는 태도가 있다면 바꿔야 한다”고 꼬집으면서 “이런 논쟁들이 소모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여성경찰관들의 역할과 지원 필요성에 주의를 환기하는 순기능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경찰업무 중 육체적인 물리력이 사용되는 업무는 30% 미만이고 70%의 업무는 소통”이라며 “남성-남성 2인조가 출동했을 때보다 남성-여성 2인조가 출동했을 때 경찰과 대상 간 물리적 충돌 비율이 낮아진다는 보고도 있다”며 ‘여경 무용론’을 반박했다.

또 “여성피의자는 여성경찰관이 압수를 하거나 (신체)수색을 해야 성추행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 경찰의 경우 여성경찰관의 수는 현재도 상당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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