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게, 뻔뻔하게… 편견에 반기를 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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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연극 ‘추남, 미녀’

연극 ‘추남, 미녀’에서 추남 데오다 역의 백석광 배우(왼쪽)와 미녀 트레미에르 역할을 맡은 정인지 배우가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장면. 서울 예술의전당 제공
연극 ‘추남, 미녀’에서 추남 데오다 역의 백석광 배우(왼쪽)와 미녀 트레미에르 역할을 맡은 정인지 배우가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장면. 서울 예술의전당 제공
지독한 추남(醜男)인데 똑똑하고, 예쁜 여자인데 머리가 나쁘다? 그 추남과 미녀가 마주한다면?

편견으로 가득한 사회를 향해 연극 ‘추남, 미녀’는 이 같은 발칙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20세기 프랑스 파리에 사는 두 주인공 데오다와 트레미에르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보다 추하거나 예뻐서, 혹은 남들과 조금 달라서 자신을 오롯이 받아들이지 못한 채 산다. 극은 평균에서 조금 벗어난 이들의 성장 과정과 성인이 되어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관객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집중하게 된다. 벨기에 출신의 프랑스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동명 소설을 세계에서 최초로 무대에 올렸다.

작품을 가장 잘 표현하는 수식어는 ‘톡톡 튀는 매력’이다. 이는 전적으로 20여 개의 캐릭터를 쉴 틈 없이 연기하는 두 배우 덕분이다. 데오다 역의 백석광과 트레미에르를 맡은 정인지는 주인공의 가족, 학교 친구 등 주변 인물을 90분 동안 유쾌하고 뻔뻔하게 소화한다. 빠른 배역 전환에도 전개가 비교적 자연스럽다. 특히 백석광은 추함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분장이나 우스꽝스러운 모습 대신 구부러진 신체로 심리적 위축을 표현하는 참신한 방식을 택했다.

다채로운 색으로 가득 찬 산뜻한 연출도 보는 맛을 더한다. 작품 속 핵심 키워드인 ‘새’와 ‘보석’을 표현하기 위한 다양한 시각, 영상 효과는 미셸 공드리 표 영화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원작의 맛도 살리며, 무대 미학을 감각적으로 구현했다. 뻔한 추남과 미녀의 로맨스와는 달라도 “겉모습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야”라는 흔한 교훈적 메시지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했다. 그럼에도 봄처럼 따뜻하게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1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2만∼4만 원. 14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추남#미녀#백석광#정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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