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 만나면 더 강해지는 괴물, 연봉왕도 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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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8이닝 1안타 무실점 5승
워싱턴전 8회 1사까지 노히트노런, 기록 깨진 순간 팬들 격려의 함성
로버츠 감독 “투구 명인 같았다”
연봉 1위 스트라스버그에 완승… 그링키-범가너 이어 에이스 사냥

류현진이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워싱턴 타자를 상대로 공을 던지고 있다. 류현진은 8이닝 동안 상대 타선을 1안타 1볼넷 무득점으로 막고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1위(5승)로 뛰어올랐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류현진이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워싱턴 타자를 상대로 공을 던지고 있다. 류현진은 8이닝 동안 상대 타선을 1안타 1볼넷 무득점으로 막고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1위(5승)로 뛰어올랐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올 시즌 류현진(32·LA 다저스)의 연봉은 1790만 달러(약 210억 원)다. 적지 않은 액수지만 야수를 포함해 메이저리그 전체로 보면 51위다. 하지만 바로 그 류현진에게 훨씬 비싼 몸값의 에이스들이 연이어 무릎을 꿇고 있다.

류현진은 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워싱턴과의 안방경기에서 상대 에이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 맞붙었다. 스트라스버그는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연봉(3833만 달러·약 453억 원)을 받는 투수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가지 않고 LA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 1790만 달러를 수락한 류현진보다 2배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

실력은 몸값과 비례하지 않았다. 류현진은 8이닝 1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팀의 6-0 승리를 이끌었다. 이에 비해 스트라스버그는 6이닝 4안타 2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물러났다.

어깨 부상 여파로 늦게 시즌을 시작한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 대신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나섰던 류현진에게 이번 시즌 상대 팀 에이스와의 연이은 맞대결은 숙명과 같다.

류현진은 3월 29일 애리조나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애리조나 에이스 잭 그링키와 맞붙어 6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그링키는 2015시즌 후 애리조나와 6년 2억650만 달러(약 2342억 원) 계약을 체결해 당시 연봉 최고액을 새로 쓴 선수다. 4월 3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는 매디슨 범가너를 꺾고 2연승을 달렸다. 범가너의 이번 시즌 연봉은 1200만 달러(약 140억 원)로 류현진보다 적지만 팀을 세 차례나 월드시리즈 우승(2010, 2012, 2014년)으로 이끈 대형 왼손 투수다. 이번 시즌이 끝난 뒤 FA가 되면 2억 달러 이상 대형 계약이 예상된다. 이날 승리로 류현진은 과거(그링키), 현재(스트라스버그), 미래(범가너)의 ‘연봉 킹’들을 모두 꺾은 셈이다.

이날 3회까지 삼자범퇴 이닝을 이어간 류현진은 4회 2번 타자 브라이언 도저에게 볼넷을 내주며 34와 3분의 2이닝 무볼넷 기록이 깨졌다. 하지만 8회 1사까지 안타를 한 개도 내주지 않아 노히트 노런 기대감을 키웠다. 6회초 투수 스트라스버그에게 우익수 앞 안타성 타구를 맞았지만 우익수 코디 벨린저가 재빨리 잡아 1루로 송구해 아웃시키면서 우익수 앞 땅볼 처리되는 행운도 따랐다. 8회 헤라르도 파라에게 2루타를 허용해 노히트 노런 기록은 깨졌지만 다저스 팬들은 특급 투구를 펼친 류현진을 기립박수로 격려했다.

이날 류현진은 무실점 투구로 자신의 평균자책점을 1.72까지 떨어뜨렸다. 이는 시카고 컵스의 존 레스터(1.16), 밀워키의 잭 데이비스(1.54)에 이은 리그 3위다. 이날 워싱턴 타자들이 1루를 밟은 것은 4회 도저의 볼넷과 8회 파라의 안타 한 개로 두 차례뿐이었다. 13일 현재 류현진의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은 0.73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리그 전체에서 이닝당 주자를 가장 적게 내보내고 있다.

류현진은 5월 들어 치른 3경기에서 8이닝 이상 던지며 ‘이닝 이터’로서의 면모도 확실히 보여줬다. 강한 선발진과 타선에 비해 불펜이 비교적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다저스로서는 많은 이닝을 책임져주는 선발 류현진의 가치가 어느 때보다 높다. 이날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후 최다 투구인 116구를 던졌지만 여전히 뛰어난 완급 조절 능력을 보였다. 이날 류현진이 기록한 최고 구속은 시속 92.1마일(148.2km)로 8회 마지막 타자 마이클 테일러를 상대로 한 9번째 공이었다. 테일러는 10구째에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류현진은 이날의 마지막에서 두 번째 공에서 최고 구속을 기록함으로써 경기 막판까지 구위를 유지하는 능력을 과시했다. 이날 류현진의 두 번째 구속은 3회 두 차례 기록한 92마일(148.05km)이었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은 우리를 이기게 해줬고, 불펜진에 휴식을 줄 수 있게 만들었다. 류현진의 오늘 투구는 명인과 같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류현진#la 다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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