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1980년 5월, 뼈에 박힌 총탄처럼 아픈 기억을 꺼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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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우리들의 이야기/광주서석고 제5회 동창회 엮음/456쪽·2만5000원·심미안
◇녹두서점의 오월/김상윤, 정현애, 김상집 지음/352쪽·1만6000원·한겨레출판

“처음에는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가 잠시 후 통증이 밀려왔다. 곧바로 쓰러져 버렸다.”

1980년 5월 광주, 계엄군이 쏜 총탄이 광주 서석고 3학년이던 전형문 씨의 교련복 허리띠 양철 판을 뚫고 허리에 박혔다. 총탄은 배 속을 온통 헤집어 놨다. 수술 뒤에도 골반 뼈에 박힌 총탄은 빼내지 못했다.

‘5·18…’은 서석고 5회 동창생(당시 고3)들의 생생한 광주 5·18민주화운동 체험담을 담았다. ‘광주’는 그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겼다. 한 학생은 중3쯤 돼 보이는 아이가 울며 가슴에 박힌 총알 파편을 빼달라고 했다. 파편이 작아 몇 번이나 빼려고 했지만 빼지 못했다. 거리에 쓰러진 시민의 머리를 받쳤는데, 이미 축 늘어져 힘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사복 차림으로 정보 수집과 선동 등을 했던 계엄군의 특수공작부대 ‘편의대’에 대한 중요 증언도 실렸다. 오일교 씨는 시위대원으로 위장한 군 편의대원에게 붙잡혀 상무대 영창에 구속됐다고 회고했다.

시위에 적극 참여한 이도, 그렇지 않은 이도 오래 죄책감에 시달렸다. 적십자병원에서 헌혈을 하려다 줄이 길어 그냥 돌아 나온 이는 “39년이 흐른 지금도 헌혈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아버지의 엄명으로 독서실에 머물렀던 학생은 “시위에 적극 참여하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시위에 나섰다가 시골로 내려간 이는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었지만 혼자 살아남은 죄책감으로 입을 닫고 살았다”고 했다.

한 학생은 시민들이 군 트럭과 지프를 차지한 걸 봤다. 소총을 트럭에 두고 간 일병이 문책 받을 것이 불쌍하다며 한 아저씨가 소총을 군인들에게 다시 갖다 줬다. 시위대는 그런 이들이었다.

‘녹두서점의…’는 5·18 당시 시민들의 상황실 역할을 했던 헌책방 주인과 그 가족의 기록이다. 5월 17일 보안부대로 끌려간 서점 주인 김상윤과 서점을 지킨 아내 정현애, 시민군에 뛰어든 동생 김상집의 시선으로 항쟁의 과정과 에피소드를 담았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5·18#우리들의 이야기#녹두서점의 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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