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도움 바랐다” 법원, 윤장현 전 시장 ‘유죄’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10일 10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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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위반…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
사기범 자녀 채용 청탁…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권양숙 여사를 사칭하며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한 사기범에 속아 거액을 송금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장현(70) 전 광주시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윤 전 시장을 상대로 거액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사기범은 실형을 면치 못했다.

법원은 사기범을 권 여사로 믿은 윤 전 시장이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의 직·간접 도움을 바라고 돈을 송금한 것으로 판단했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정재희)는 1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시장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또 다른 공소사실인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윤 전 시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사기범 김모(51·여) 씨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4년과 추징금 4억5000만 원을, 사기미수는 징역 1년,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로 각각 분리 선고했다.

또 윤 전 시장의 부탁을 받고 자신이 근무하는 DJ 센터에 김 씨 아들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혐의(업무방해)와 함께 기소된 DJ 센터 전 임원 이모(56) 씨에 대해서는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전 시장과 김 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둘 사이 주고받은 통화와 문자메시지 내용, 시기 등을 종합해 볼 때 윤 전 시장이 김 씨에게 돈을 제공한 것은 경선 또는 공천과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는 취지와 함께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이들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중 하나인 김 씨 자녀에 대한 정규직 취업 청탁에 관한 점에 대해서는 “선거법이 규정한 공사의 직 제공 의사표시 또는 승낙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규직에 대한 확정적 약속이 없었다”며 무죄로 봤다. 이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윤 전 시장의 경우 “현직(당시) 광역단체장으로서 자신이 믿었던 데로 전 영부인으로부터 금품 제공을 요구받았다면 이를 단호히 배격할 책임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경쟁자 출마 포기, 당내 경선 절차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해 주겠다는 김 씨에게 속아 영향력 행사를 기대하며 이에 편승했다. 이 같은 행위로 인해 지역 정치의 수준이나 지방선거제도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도 훼손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당내 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자진 사퇴한 점, 실제 선거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사실, 시민활동가나 시장으로서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기여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다수가 선처를 바라고 있는 점, 사기 피해자로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향 이유를 설명했다.

김 씨에 대해서는 “권 여사를 사칭해 후보자 추천에 영향력을 행사해 줄 수 있는 것 처럼 행세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윤 전 시장으로부터 받은 4억5000만 원을 개인적 용도로 모두 사용했다.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 개시 이후 증거인멸이나 범행을 은폐한 정황이 있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윤 전 시장은 권 여사 행세를 하며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한 김 씨에게 속아 2017년 12월26일부터 지난해 1월 말까지 4차례에 걸쳐 4억5000만 원을 송금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노무현 대통령의 혼외자’라는 김 씨의 거짓말에 속아 광주시 산하기관인 DJ 센터에 김 씨 아들의 취업을 부탁한 혐의도 받았다.

김 씨는 윤 전 시장 이외 또 다른 지역 정치인 등 4명에게 권 여사 행세를 하며 돈을 빌려 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도 기소됐다.

검찰은 김 씨를 권 여사로 믿은 윤 전 시장이 정치적 대가를 바라고 돈을 송금한 것으로 봤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경선 통과 등 자신의 재선 행보에 권 여사의 도움을 바랐다는 판단이다.

윤 전 시장은 정치적 대가를 바라고 돈을 빌려준 것이 아니라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단순히 김 씨의 거짓말에 속아 돈을 빌려준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한편 윤 전 시장은 재판이 끝난 뒤 법정동을 빠져나가며 기자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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