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안에 ‘한반도 내 외국군 주둔 축소’ 조항도 포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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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통일부 용역보고서 논란

통일부가 작성한 2017년 8월 ‘한반도 평화협정(안) 마련’ 비공개 수의계약 계획서.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실 제공
통일부가 작성한 2017년 8월 ‘한반도 평화협정(안) 마련’ 비공개 수의계약 계획서.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실 제공
“대통령님의 ‘베를린 구상’으로 평화협정 논의가 부상하면서 우리가 당사자로 참여하는 평화협정 마련을 위한 구체적 준비에 착수한다.”

통일부가 2017년 8월 비공개 수의계약으로 추진한 한반도 평화협정(안) 마련 용역 계획서에 기재된 용역 추진 목적이다. 통일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뒷받침할 의도로 종전선언에서 더 나아가 평화협정으로 진전하는 과정을 검토한 것. 하지만 북한 미사일 도발 위협이 최고조에 이르던 때 교전수칙을 ‘선보고 후조치’로 변경하는 내용까지 평화협정에 담겨 있자 “2년간의 대북 정책이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에 매몰됐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6·25전쟁, 천안함 폭침 책임 묻지 않겠다는 평화 협정


통일부가 의뢰해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조성렬 당시 수석연구위원(현 자문연구위원)이 주도적으로 수행한 용역 보고서는 평화협정과 그 중간 단계인 잠정협정으로 구성됐다. 잠정협정은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관리 및 무장 충돌 해결 등 구체적 내용이, 평화협정에는 전쟁 종료, 불가침 및 평화공존, 비핵화 선언과 당사국 조치 등이 각각 담겼다.

동아일보가 확인한 잠정협정 조항에는 △비무장지대(DMZ) 전방초소 폐쇄 △유엔군사령부(유엔사)가 담당하던 ‘정전체제 관련 업무’를 한국군에 위임 △남북공동어로구역 설정을 통한 북측 어로활동 보장 등이 담겨 있다. 또 핵 동결, 연합 연습 통합 및 규모 축소, 핵전력 투사훈련 전면 중지, 독자제재 해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유예 필요성도 적시됐다.

또 평화협정은 불가침과 평화적 공존을 논의하면서 비핵화 선언과 당사국 조치 조항이 주축이다. 상대 체제 존중과 내부 문제 간섭을 배제, 한반도 내 외국군 주둔을 줄이는 조항도 적시됐다.

이에 대한 보수 진영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잇따라 나선 상황에서 “한국군의 손발을 묶고 눈을 가리는 내용만 잔뜩 담겨있다”는 것이다. 특히 ‘선조치 후보고’에서 ‘선보고 후조치’로 교전수칙을 전환한다는 조항, 분단 후 6·25전쟁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 적대행위에 책임을 묻지 않는 조항이 핵심적인 ‘독소 조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통일부 “연구자 개인 입장” vs 야권 “이미 일부는 현실화”

통일부는 해당 용역에 대해 “정책의 용역 (내용) 자체는 연구자 개인의 입장이다. 통일부의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일부가 정권 초반 용역을 수행한 만큼 단순한 아이디어나 구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통일부가 검토한 잠정협정과 평화협정 일부는 지난해 9·19 남북군사합의서를 통해 일부 현실화됐다.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서해상 평화수역 설정 등이 대표적이다.

용역을 맡은 조 위원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으로 “비핵화와 냉전구조 해체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먼저 추진하는 ‘예외적 조기실현 경로’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통일부는 ‘평화협정 체결에 따른 법적 문제 해결방안’이라는 별도 용역까지 법무법인 태평양과 체결해 평화협정과 국제법 간의 충돌 문제를 검토하기도 했다.

현재 해당 용역은 정부의 정책용역연구관리시스템인 ‘프리즘’에서 접근이 차단된 상태다. 통일부는 “공개되면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평화협정안#통일부#용역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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