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産 철강 등 광물 수출도 봉쇄”… 석유 이어 추가제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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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개발 선언에 돈줄 틀어막기

8일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불이행’ 의사를 밝힌 이란에 맞서 미국이 이란의 철강 및 광물 수출을 전면 차단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 데 이어 이란 전체 수출의 10%를 차지하는 철, 알루미늄 등 광물자원까지 수출을 막으며 경제적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이란의 철강 및 광산업에 제재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란산 철광석, 알루미늄 등의 금속을 구매하거나 판매하는 기업 및 개인은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는다. 백악관은 대통령 명의의 성명에서 이를 밝히면서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 테러단체 지원 자금 등으로 쓰일 수 있는 이란의 최대 수익원을 겨냥했다. 이란이 행동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는 한 또 다른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며 추가 제재 가능성도 거론했다.

미 고위 인사들도 동참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이란 정권의 (핵개발 재개) 선언은 전 세계를 인질로 잡으려는 노골적 시도이자 국제 규범에 대한 불복종”이라고 비난했다. 미 재무부도 “이란 광물을 수입하는 국가들은 90일 유예 기간 내에 거래를 멈추라”고 압박했다.

이미 지난해 11월 미국이 경제 및 금융 제재를 재개한 후 이란 경제는 급속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란 경제 붕괴를 경고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라며 버티지만 고물가, 실업률 증가, 화폐가치 하락, 생필품 품귀 등 ‘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국제통화기금(IMF) 관계자를 인용해 올해 이란 물가 상승률이 40%에 이르고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WSJ는 “미국의 추가 제재로 이란 일자리 창출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건설 및 자동차 업계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보수주의 성향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이란 경제 분석가 사이드 가세미네자드도 WSJ에 “약 50억 달러(약 5조8600억 원)의 비(非)원유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8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차관은 이란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핵합의를 떠나지 않았지만 탈퇴도 고려하는 선택 중 하나다. 탈퇴는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어느 나라도 이를 비난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핵합의의 완전한 파기’ 가능성도 언급했다.

앞서 이란은 “유럽 등 핵합의 당사국은 60일 안에 핵합의에서 약속했던 원유 수출 및 금융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 요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플루토늄 원자로 건설 등 본격적 핵개발 재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아라그치 차관은 이날 또 이란산 원유 수출 제재가 이어질 경우 이란이 수용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300만 명이 내보내질 수 있다고도 밝혔다. 이란은 세계 4위 난민 수용국이다.

이에 유럽연합(EU)은 9일 이란에 완전한 핵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 안보 고위대표와 영국 독일 프랑스 외교장관은 이날 공동 성명에서 “우리는 어떠한 최후통첩도 거부하고 이란의 핵합의 이행을 평가할 것”이라면서 “이란이 핵합의를 준수하는지 계속해서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7일 독일 방문을 취소하고 갑자기 이라크를 찾았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9일 덴마크 영토인 북대서양 그린란드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이라크 전격 방문과 마찬가지로 이번 일정 변경도 대이란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분석하고 있다.

카이로=서동일 dong@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트럼프#핵개발#핵합의 불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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