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바인 악몽’ 재현… 美 콜로라도 학교서 총기 난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20년전 참사 11km 떨어진 학교서
학생 2명이 중학교 교실 들어가 무차별 총격… 1명 사망 8명 부상
백악관 “혐오스럽고 끔찍한 폭력”

‘미국 최악의 총기사고’로 꼽히는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1999년 4월 20일)이 20주기를 맞은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당시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유사 총격사건이 터졌다. 발생 장소도 콜럼바인 고교에서 불과 11km(차로 약 15분) 거리의 학교다. 20년 전처럼 이번 사건도 재학생 2명이 같은 학교 학생들을 향해 총을 겨눠 충격을 더했다.

7일 오후 1시 53분 콜로라도주 덴버 남부 하일랜즈랜치의 ‘스템(STEM) 스쿨’에서 총격이 발생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총격범 2명이 학교 안으로 걸어 들어가 서로 다른 중학교 과정 교실에서 총격을 가했다. 18세 남학생 1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 중 생명이 위중한 사람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은 18세 남학생 데번 에릭슨과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18세 이하 남학생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최소 한 정 이상의 권총을 소지했으나 어떤 종류의 총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고 2분 만에 출동한 경찰은 몸싸움 끝에 둘을 모두 체포했다. 경찰은 “빠른 대응으로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 덴버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밤 경찰은 하일랜즈랜치의 에릭슨 가족 주택을 수색하고 흰색 혼다차도 견인했다. 차량 보닛에 오각성(五角星)과 숫자 ‘666’이 그려져 있고 조수석 문에는 사회를 욕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한 주민은 “에릭슨은 키가 작고 조용한 소년이었다. 그가 이런 일을 저지를 것이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미국식 자율형 공립학교(차터 스쿨)인 스템 스쿨은 유치원부터 고교 과정까지 개설돼 있다. 재학생은 약 1850명. 이번 사건은 재학생인 총격범이 같은 학교 학생에게 총격을 가했다는 점에서 콜럼바인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 당시 범인인 고교 졸업생 딜런 클리볼드와 에릭 해리스는 자신을 괴롭혔던 동급생들을 향해 30분간 무려 900여 발을 난사했다. 교사 1명, 학생 12명 등 13명이 숨졌고 이 둘도 체포 직전 자살했다.

이 충격적인 사건 후 미 전역에서 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총기협회 로비 등으로 현재까지 의회 차원의 규제 법안은 하나도 통과되지 않았다. 결국 2007년 버지니아공대,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지난해 플로리다주 파클랜드 고교 등 많은 사상자를 낸 학내 총기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백악관은 이날 “혐오스럽고 끔찍한 폭력 사건”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8일 덴버를 방문할 예정이던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일정을 취소했다. 스템 스쿨도 이번 주 휴교한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콜로라도 총기난사#콜럼바인 악몽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