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부족 허덕이는 산유국 시리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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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이전엔 하루 11만 배럴 수출… 동부 주요 유전 쿠르드족 통제
이란 원유수입 美제재로 막혀, 러가 유일 대안… 경제종속 우려

산유국 시리아가 석유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주요 유전이 정부 통제권 밖인 동부에 몰려 있는 데다 지난해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 복원으로 이란에서 원유 공급이 끊겨 버린 탓이다.

AP통신 등은 최근 “전체 연료 사용량의 약 75%를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최악의 에너지난을 타개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정부는 지난달부터 공공기관 연료 공급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전국 석유 유통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석유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아니다.

미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시리아 원유 매장량은 25억 배럴에 달한다. 내전이 발생하기 전까지 하루 평균 39만 배럴을 생산했고 유럽에 하루 평균 11만 배럴을 수출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EU)은 2011년 4, 5월 아사드 정권이 민주화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을 무력 진압하면서 경제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시리아에서 생산한 석유를 수입하지 못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석유 관련 투자도 금지시켰고 신규 유전 개발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8년 동안 이어진 내전으로 석유 파이프라인과 전력망 등 인프라도 낡거나 큰 타격을 입었다. 다급한 시리아는 부족한 석유를 이란에서 수입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미국이 이란에 제재를 가하면서 시리아로 향하는 유조선 운항이 중단됐다. 오마르 유전 등 시리아 주요 유전은 대부분 쿠르드 민병대 등으로 구성된 시리아민주군(SDF)이 통제하는 동부에 몰려 있다. 최근 아사드 정권이 SDF 등 반정부 무장단체로부터 석유를 구입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시리아가 석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는 러시아가 꼽힌다. 러시아는 3대 산유국 중 하나로 시리아 내전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시리아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면서 군사,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려 한다”며 “시리아가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더 벗어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시리아는 경제적인 용도로 서부 타르투스항을 러시아에 49년 동안 빌려주기로 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석유#산유국#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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