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소문고가 땜질 보수에 은폐까지… 성수대교 참사 잊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4일 00시 00분


코멘트
서울시가 수년간 안전문제가 심각하게 지적된 서울 중구 경찰청 인근 서소문고가를 땜질 처방만 하고, 최근에는 안전사고 발생 사실조차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소문고가에서는 올 3월 말 일부 교각을 둘러싼 사람 서너 명 크기의 대형 철제 외장재와 콘크리트 덩어리 수십 개가 떨어지는 박락(剝落)사고가 발생했다. 불과 5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서울시의 안전점검에서 B등급 판정을 받은 다리가 이렇게 된 것은 안전점검 자체가 부실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근 동아일보와 함께 고가를 점검한 전문가는 당장 교통을 통제하고 보수대책을 세워야 할 정도인 D등급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3월 말 당시 서울시는 사고 발생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으며 아직까지도 통행 안전주의조차 고지하지 않아 시민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고가를 이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당시 긴급점검을 한 뒤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지만 실제 점검이 이뤄진 교각은 전체 18개 중 5개에 불과했다. 시민들에게 사고 사실을 알리지 않은 데 대해선 “떨어져나간 콘크리트를 메웠기 때문”이라는 답변만 내놓았다.

1966년 준공된 서소문고가는 노후화로 2008년 교각 콘크리트 이탈이 우려됐지만 서울시는 근본적인 복구 대신 교각 상판 양 옆과 아래를 철제 외장재로 덮는 땜질 처방만 해왔다. 감사원이 2013년 정밀안전진단을 벌이고 “교각을 둘러싼 외장재가 부실하게 설치돼 대형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여태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서소문고가는 하루 평균 5만1000여 대의 차량이 다니는 시설물이다. 서울시는 다음 달까지 정밀안전진단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도 현장에는 ‘일상유지 보수공사 중’이라는 입간판 외에는 아무 안전조치도 없는 상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6월 3선 취임식에서 안전에 최우선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전점검의 부실 여부, 박락사고 처리 과정 등을 철저히 조사해 일벌백계해야 한다.
#서소문고가#안전사고#성수대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