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애국가 속 집단 삭발하고 전국으로…“좌파독재 선거법 막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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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장을 맡은 김태흠 의원을 비롯한 4명의 의원들과 지역 위원장들이 2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의 부당성을 알리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자유한국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장을 맡은 김태흠 의원을 비롯한 4명의 의원들과 지역 위원장들이 2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의 부당성을 알리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민정·민자당까지 거슬러 올라가 창당 이래 가장 많은 현역 의원이 참여한 삭발식이다.”

2일 국회 본청 계단 앞. 김태흠 이장우 윤영석 성일종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 4명의 삭발식을 지켜본 오랜 당직자는 탄식하며 이렇게 평가했다. 삭발식엔 원외인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충남 천안병 당협위원장)을 포함해 5명이 참여했다. 지난달 30일 선도 삭발을 감행했던 박대출 의원까지 포함하면 머리를 깎은 현역 의원은 5명. 박 의원은 이날 삭발이 진행되기 직전 비장한 표정으로 김 의원 등 5명과 일일이 포옹하면서 결의를 다졌다.

● 당 최대 인원 삭발…릴레이 삭발 예고

김태흠 의원은 30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등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이 강행된 직후부터 삭발에 동참할 의원들을 모았다.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항의와 국민들에게 야당에 힘을 실어줄 것을 호소하는 강력한 메시지 전달 방식이 삭발 뿐이라고 본 것.

이 때문이 김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에게도 삭발을 제의했지만, 원내지도부에서 논의한 끝에 “나 원내대표 삭발은 더 중요한 국면에서 사용할 히든카드”로 판단해 전략적으로 보류하기로 했다. 전날밤까지 최교일, 이만희 의원 등도 삭발 의향을 밝혀 10여 명까지 삭발 인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대변인단 또는 법률지원단 소속 등 맡은 직책 때문에 카메라에 자주 찍히는 의원들은 일단 삭발을 보류하고, 상황에 따라 2,3차 삭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삭발식에서 이들은 “좌파 장기집권에 눈이 멀어 헌법의 가치도 우습게 여기는 세력, 힘이 생겼다고 자신이 했던 말도 뒤집는 후안무치한 좌파 집권 세력에 맞서 분연히 일어나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원들이 애국가를 4절까지 두 차례 부르는 동안 김 의원 등은 눈을 감은 채 머리를 깎았고, 일부 여성 당원들은 국회 앞마당에 머리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한국당 전국 집회 “좌파독재 선거법 막자”

이날 오전 삭발식 시작 30분 전부터 카메라 등 100여명의 취재진이 국회 앞마당에 진을 쳤다. 우파 정당, 특히 한국당에서 이런 규모의 집단 삭발을 보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최근 사례만 봐도 삭발은 좌파 정당의 전유물처럼 인식됐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법무부 장관일 당시 추진한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 청구에 항의해 2013년 통합진보당 이상규 김재연 의원 등 5명이 삭발을 했다. 2010년엔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추진에 반대해 민주당 양승조 의원과 당시 자유선진당 소속이었던 이상민 의원이 삭발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집단 삭발은 2007년 야당시절이 마지막으로, 한나라당(한국당의 전신) 원내부대표단 김충환 신상진 이군현 의원 3명이 사립학교법 재개정 관철을 주장하며 삭발했다.

통진당 해산의 ‘가해자’격인 황 대표 진영 인사들이 다시 ‘피해자’가 돼 삭발을 하고, 세종시 논란의 ‘피해자’격인 이상민 의원이 패스트트랙 정국에선 ‘가해자’격(국회 사법개혁위원회 위원장)이 된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 “삭발 역사의 아이러니”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한국당 관계자는 “삭발 참여 의향을 보이는 의원들이 더 늘어나고 있으며, 그만큼 여권의 폭주에 대해 의원들이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한국당 지도부는 하루에 서울역과 대전역, 동대구역, 부산역 등을 모두 방문하며 지방 순회 집회를 열었다. 황 대표는 동대구역에서 “이 정부가 우리 자유민주주의 지키려는게 아니라 무너뜨리려고 한다”면서 “반드시 이 정권을 심판해야한다”고 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선거가 민생이고 선거법이 민생법”이라면서 “국민의 밥그릇 챙기기위해 말도 안 되는 좌파독재 선거법을 막아보려하는데, 도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대구·부산=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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