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주를 잇는 최선희?…김정은 시대 북미외교사령탑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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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26일 1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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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문가들 “최선희, 사실상 北 비핵화 외교 최고실세”
“강석주 잇는 대미 외교 대표될 것”…북미협상 진전 가능성도

25일 열린 북러정상회담 확대회담엔 북한 측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통역자 외엔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단 두 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배석자 수에 비해 무엇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열린 1,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대미협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최선희 제1부상의 존재가 특별히 눈에 띄었다.

그는 하노이 회담(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언론을 대하며 북한의 입장을 전했고 회담 실패의 책임으로 문책당하지 않고 오히려 승진했고,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14기 대의원에 새로 진입하기도 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와 관련,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러 확대정상회담에 참석한 최 제1부상이 사실상 ‘북한 비핵화 외교의 최고 실세’라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 사회과학원(SSRC) 리언 시걸 박사는 “최 제1부상은 수십년간 다수의 미국 고위급 관리들과 직접 협상했고 미국과의 반관반민 협상에도 거의 나섰다. 따라서 협상에서 미국이 원하는 것과 어떤 것들이 가능한지를 분명히 파악하고 있다”면서 북미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이 엿보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걸 박사는 최근의 최 제1부상의 승진, 국무위원 선임에 이어 북러 확대정상회담에 배석한 것 등은 그가 여전히 미국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봤다.

또 권정근 북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 대해 거친 표현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과 관련해서도 “최 제1부상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서 발언의 수위와 무게를 조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북 영변 핵시설 사찰을 주도했던 올리 하이노넨 박사는 자신이 제네바 북미 핵합의 당시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자격으로, 또 최근엔 반관반민 형태의 협상에서 최 제1부상과 만난 경험이 있다면서 “최 부상이 매우 성실하며, 오랜 대미 협상 경력에 더해 세부 사항까지도 정확히 기억하는 훌륭한 협상가로서의 자질까지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최 제1부상이 현재 답보 사태인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창의적이고 실행가능하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 제1부상이 하노이 회담 결렬 후 김 위원장을 대변하거나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강도높은 표현으로 공격하는 등 북한식 협상가로서의 과격한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데니얼 워츠 전미북한위원회(NCNK) 국장은 RFA에 최 제1부상이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해 부분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북중러 3국의 성명을 도출해 냈던 사례를 거론하면서 “그만큼 북한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로 꼽히는 게오르기 톨로라야 박사도 최 제1부상이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대미 협상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외무성 출신으로 수차례 북한을 방문하고 최 제1부상과도 접촉이 많았던 톨로라야 박사는 최 제1부상이 “자신의 일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고 강직해 미국 협상가들에게 힘든 상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운영자인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은 2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최선희(제1부상)는 강석주(전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 다음(next)?”이라면서 “만약 김영철(전 통일전선부장)이 정말로 밀려났다면 그(최선희)는 미국과의 협상에 있어 북한의 수석 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또 다른 대미 전문가인 리용호(외무상)과 친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사람 모두 열심히 협상하고 있으며 미국을 방해하는 존재(stonewall)가 되진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위트 연구원이 언급한 강석주는 김정은 위원장의 부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시대 북한의 외교 사령탑으로 활동했던 인물. 외무성 제1부상을 지내다 내각 부총리 및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 등 요직을 맡았고 지난 2016년 사망했다.

1,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외교 사령탑 역할을 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전부장은 최근 통전부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북러정상회담 수행자 명단에도 없었고 지난 24일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된 김 위원장 방러 환송식 사진에서도 모습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최 제1부상은 최영림 전 북한 총리의 수양딸로 오스트리아 등에서 유학했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 대사관 공사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 따르면 당시 김일성에게 올라가는 모든 보고를 담당하던 책임서기가 최영림이었고 이를 알고 조치해 최 제1부상도 소년 유학생에 뽑히게 됐으며 태 전 공사와 최 제1부상은 1976년부터 중국에서 함께 유학했다.

전날 북러 확대정상회담에 최 제1부상 등 북한 측에선 총 4명이 배석한 것에 비해 러시아 측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역자 외에 8명의 참모가 배석해 모두 10명이 나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외에도 교통부 장관 등이 대거 참석했다.

북한 측 인원 수가 현저히 적었지만 이는 오히려 북한 측이 지원을 읍소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지 않는 전략일 수 있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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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정상회담 확대정상회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와 함께 배석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맨 오른쪽). © 로이터=뉴스1

25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정상회담 확대정상회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와 함께 배석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맨 오른쪽). © 로이터=뉴스1

지난 25일 북러 확대정상회담에 참석한 러시아측 인사들.(출처=트위터) © 뉴스1

지난 25일 북러 확대정상회담에 참석한 러시아측 인사들.(출처=트위터)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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