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강경파’ 김영철 교체에…美, “건설적인 협상할 준비” 반기는 분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5일 15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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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청와대 제공)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청와대 제공)
북한의 대미협상을 총괄해온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전격 교체되면서 미국은 향후 북한의 협상라인 조정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관계가 껄끄러웠던 강경파 인사가 사실상 경질되고 협상 주도권이 통일전선부가 아닌 외무성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미 국무부는 24일(현지 시간)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김영철에서 장금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으로 전격 교체된데 대한 본보의 질의에 “보도내용을 인지하고 있다”며 “북한과 건설적인 협상을 계속해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국제사회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전념하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이라는 원론적 입장도 재차 설명했다.

국무부는 대미 강경파인 김영철이 협상 대표로 나오는 것에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며 교체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철은 지금까지 비핵화 협상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고집스럽게 거부하며 정상회담 요구만 반복했다고 한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시점에는 ‘빈손 회담’을 우려하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거듭된 면담 요청을 외면하고 그를 바람맞혀 미국 협상팀을 분노케 만들기도 했다.

외교소식통은 “앞으로 국무부의 카운터파트로 통일전선부가 아닌 외무성이 전면에 나서게 될 경우 미국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변화”라며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앞세우게 될 경우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긍정적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북측 협상 파트너가 바뀐다고 해서 핵협상의 기조나 정책이 바뀌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안보석좌는 “김영철의 교체는 하노이 회담의 실패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며 “인물 교체가 김정은의 (협상) 계산이나 향후 움직임 변화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일부 내용이 사전 공개된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국 협상대표인 자신을 교체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중간급 인사가 한 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의 길은 평탄치 않고(bumpy) 도전적일 것”이면서도 “한반도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기회가 아직도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김 위원장이 근본적이고 정치적인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오직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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