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만화가 히가시무라 “한국서 드라마 제작 꿈꾼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4월 24일 11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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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가 히가시무라 아키코. 사진제공|네오스엔터테인먼트
일본 만화가 히가시무라 아키코. 사진제공|네오스엔터테인먼트
문화예술의 힘은 크다. 국적과 언어가 다르더라도 음악이나 그림, 글을 통해 느끼는 감정의 차이가 크지 않아 모두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다. 일본 유명 만화가 히가시무라 아키코(44)도 그 힘을 믿는 이들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바다 건너 “옆 나라”인 이곳,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펼치고 있다. 일본에서 20여년 활동하면서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웹툰을 그리며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8년 6월부터 ‘위장불륜’을 연재하고 있다.

현지 업계에서는 그의 도전을 의외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앞서 출간한 ‘해파리 공주’와 ‘도쿄 타라레바 아가씨’가 이미 드라마로 제작돼 인지도가 상당한 그가 돌연 한국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시작은 단순히 “한국문화가 좋아서”였다. 그러다 광고와 상품 등 일러스트레이션 제의가 이어졌고, 한국 매니지먼트사와 계약도 맺었다. 웹툰은 공개와 동시에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어 그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작품이 한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다

● “한국서 내 작품이 드라마로 제작되는 게 꿈”


히가시무라 아키코 작가는 아들이 웹툰을 즐기는 모습을 우연히 보고 종이에 그려왔던 작업방식의 변화에 대해 고민했다. 그래도 종이의 촉감과 특유의 냄새, 직접 한 장씩 넘기면서 보는 만화책만의 매력을 내려놓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일본에서도 웹툰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리고 이 도전을 일본보다 웹툰의 수요가 더 많은 한국에서 펼쳐보기로 한 결심을 현재 실천 중이다.

‘위장불륜’은 비혼을 선언한 30대 일본 여성이 한국 여행을 위해 오른 비행기에서 만난 한국 남성에게 한눈에 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여성은 남성에게 무심결에 기혼자라 거짓말을 하고, 남성은 여행 동안만 ‘불륜’을 하자고 제의하는 독특한 설정의 로맨틱 코미디. 일본에서는 드라마 제작이 확정돼 7월 일본TV가 방영한다.

“새로운 곳에서 느끼는 감정과 배움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전혀 다른 감각이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한국드라마를 이곳에서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다. 제 만화가 한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지길 꿈꾼다.”

하지만 초반만 해도 지금처럼 ‘꽃길’은 아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양국 문화 차이의 벽이 높다는 사실과 맞닥뜨렸을 때는 막막하기만 했다. 그래도 누군가의 등에 떠밀려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결정한 일이기에 힘들어도 분투했다.

그는 “춤, 노래, 미술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국적 상관없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글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 나라 고유의 문화나 생활방식이 묻어있는 어법이나 표현방식을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작가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히가시무라 작가는 “앞으로도 가장 큰 벽이 될 테지만 꼭 넘어서고 말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그가 더욱 힘을 낼 수 있는 건 열렬히 응원해주는 한국 팬들에 대한 고마움의 힘이 크다. “한국 독자들은 모두들 정성 들여 감상을 보내주신다. 불가피하게 통역의 도움을 받아 편지를 읽는데, 독자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기분이 좋다. 팬들과 지금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하고 싶어 한국어 공부에도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 “케이팝, 제2의 청춘을 안겨줬다”

히가시무라 아키코 작가는 만화가이기 전에 한류 팬이기도 하다. 그에게 한국문화는 삶의 활력소 같은 존재다. 특히 케이팝의 매력에 대해서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한, 청춘의 느낌을 안겨주고 있다.

“케이팝을 듣고 있으면 스스로 에너지가 넘치는 느낌을 받는다. 흥이 넘치는 성격이어서 케이팝의 빠른 속도감과 아이돌의 파워풀한 퍼포먼스에 더욱 빠지게 됐다. 무엇보다 완성도가 뛰어나다.”

히가시무라 작가는 케이팝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출판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소설과 달리 만화는 잡지에 연재될 경우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완성해야 해 그야말로 시간과의 싸움이다. 이때 케이팝을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작업이 진전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그는 “만화의 특징은 최근 일어난 일들이나 트렌드를 바로 적용할 수 있다”며 “스피드 있게 이야기를 전개해야 하는 만화와 케이팝의 매력이 맞닿아 있다”고 했다.

한국에 대한 그의 애정은 2010년 배우 강동원을 계기로 뜨거워졌다. 도쿄의 한인타운인 신오쿠보의 음식점에 붙어있는 강동원의 포스터를 보고 이 배우의 나라를 관심 있게 바라보게 됐다. 이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베토벤 바이러스’ ‘미남이시네요’ ‘별에서 온 그대’ 등을 접하며 한국드라마의 재미에 빠졌다. 최근에는 공연장, 극장도 찾으며 한국에 대한 관심 분야를 넓히고 있다.

히가시무라 작가에게는 하루를 마치고 잠들기 직전 1시간이 ‘꿀맛’이다. 집에서는 가사와 육아, 밖에서는 작업하느라 숨 돌릴 틈 없는 그가 유일하게 힐링하는 시간이다.

“한국드라마나 영화, 케이팝을 들으면서 하루를 정리한다. ‘아, 이게 진짜 행복한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하! 만화 작업이 가장 힘들긴 하지만 제 인생에서 첫 번째 즐거움이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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