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텍 노사, 13년 갈등 마침표…“우리가 마지막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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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23일 13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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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식서 노사 서명 후 손 맞잡아…“따뜻한 가정으로”
마지막 기자회견서 “잘못된 정리해고 다시는 없어야”

국내 최장기 노사분쟁 사업장인 콜텍 노사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가운데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콜텍 교섭 합의 조인식’에서 박영호 사장(오른쪽)과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왼쪽)이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악수를 나누고 있다. © News1
국내 최장기 노사분쟁 사업장인 콜텍 노사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가운데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콜텍 교섭 합의 조인식’에서 박영호 사장(오른쪽)과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왼쪽)이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악수를 나누고 있다. © News1
복직투쟁으로 13년 분규가 이어진 콜트 콜텍노사가 합의서에 서명하며 그간의 갈등에 마침표를 찍었다.

콜텍 노사는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조인식을 열고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 지회장, 임재춘 조합원, 김경봉 조합원 등 3명의 복직에 합의했다.

박 대표와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이 지회장은 함께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었다. “고생하셨다” “감사합니다”라며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박영호 대표는 “13년간 끌어온 분규가 원만히 타결돼 합의점에 이르게 돼서 다행으로 생각한다”면서 “이인근 지회장 등 3분들이 13년간 가정을 못 들어가고 길거리에서 생활하셨다. 빨리 따뜻한 가정으로 돌아가서 정상적으로 사회생활하시고 건강도 회복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3년의 세월만큼 노사 관계가 한발이라도 전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면서 “콜텍이 큰 결단을 하신만큼 향후 인도네시아에서도 한국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 지회장도 “지난 13년은 참 힘들고 모진 세월이었다. 마침표를 찍게 돼 기쁘고, 아쉬운 점도 있지만 우리가 안고가야할 몫”이라며 “앞으로는 잘못된 정리해고로 인해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전세계에서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명의 노동자들은 다음달 2일부터 복직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 공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같은달 30일에 퇴직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회사가 국내 공장을 재가동할 경우에는 노동자의 의사에 따라 채용이 가능하다.

또 이들 3명과 직접 투쟁에 참여하지 않은 22명 등 총 25명의 콜텍지회 소속 노동자들도 해고 기간에 대한 소정의 보상을 받는다.

노조는 조인식을 마친 뒤 곧장 콜텍 본사 농성장으로 이동해 마지막 기자회견을 열었다.

올해로 정년을 맞는 김경봉 조합원과 전날까지 42일간 단식투쟁을 벌인 임재춘 조합원은 감정이 북받친 듯 좀처럼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김씨는 “많은 분들이 13년의 투쟁에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냐고 물어보시는데, 어렵지 않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면서 “13년 투쟁 속에 생계를 책임지고 아이들을 돌봐야했다. 식구들이 고통받아야했다”며 울먹였다.

임씨도 “목숨을 살려주셔서 감사하다. 기타밖에 만들 줄 모르는 사람인데, 13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면서 “앞으로는 젊은 사람들이 이런 세상에서 살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마지막 단식이고, 파인텍이 마지막 고공농성이길 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국내 최장기 노사분쟁 사업장인 콜텍 노사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가운데 23일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에서 열린 교섭 합의 기자회견에서 이인근(오른쪽 세번째) 금속노조 콜텍지회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 News1
국내 최장기 노사분쟁 사업장인 콜텍 노사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가운데 23일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에서 열린 교섭 합의 기자회견에서 이인근(오른쪽 세번째) 금속노조 콜텍지회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 News1
이들과 함께 투쟁했던 콜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는 꽃다발을 전달했다. 세 명의 노동자들도 장미꽃 50송이를 준비해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13년 투쟁의 마지막 구호는 “정리해고 폐지하자”였다. 참가자들은 콜텍이 마지막 투쟁이길 바란다며 정리해고가 없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지회장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질의응답에서 “후련한 게 20, 아쉬운 게 80”이라면서 “13년이라는 해고기간동안 해 놓은 게 없다보니 이제는 노후걱정을 해야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 지 싶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문제가 생기고 이혼까지 해야만했다.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하다”면서 “하지만 아이들 역시 졸업하면 노동자로 살아야하기 때문에 의무감이 있었다. 후손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나은 조건을 물려줘야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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