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 벗을 뻔하다 챔프반지… 44세 ‘태종대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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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전 결정적 3점포 활약 문태종, 오리온과 재계약 실패 뒤 모비스로
노련한 패스-수비로 통합제패 기여… 유재학 “동생과도 우승해봐 더 기뻐”

프로농구 현대모비스 문태종(가운데)이 21일 전자랜드와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승리해 우승을 확정한 뒤 가족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KBL 제공
프로농구 현대모비스 문태종(가운데)이 21일 전자랜드와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승리해 우승을 확정한 뒤 가족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KBL 제공
2013∼2014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6차전. 문태종(당시 LG)이 종료 9초를 남기고 던진 3점슛이 림을 외면했다. 모비스의 4점 차 리드. 마지막 공격에서 로드 벤슨의 덩크슛이 작렬하며 모비스의 2년 연속 챔프전 우승이 확정됐다. 문태종(44)은 동생 문태영이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1일, 문태종은 전자랜드와의 챔프 5차전 1분 21초를 남기고 쐐기 3점포를 성공시켜 자신의 첫 번째 정규리그-챔프전 통합 우승을 스스로 결정지었다. 1∼4차전에서는 장기인 3점슛이 한 개도 터지지 않아 속앓이를 했던 문태종은 5차전 때는 3점슛 2개 포함 16득점으로 활약했다. 문태종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힘든 순간을 이겨내고 우승까지 왔다. 좋은 동료들을 만나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2011년 동생과 함께 한국 국적을 취득한 문태종은 국가대표와 KBL리그를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2013∼2014시즌 경기당 평균 13.5득점, 3점슛 성공률 41.8%로 LG를 정규리그 1위로 이끌어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문태종은 2014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하며 금메달 획득의 일등공신이 됐다. 당시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유재학 감독은 “당시 태종이는 존재만으로 상대에게 위협적이었다. 태종이 덕분에 딴 금메달이다”라고 말했다. 동생 문태영과는 2012∼2013시즌부터 3연속 챔프전 우승을, 형 문태종과는 아시아경기 금메달과 이번 시즌 통합 우승을 이뤄낸 유 감독은 “내가 문 씨 형제들과 모두 우승해본 유일한 감독이다”라며 웃었다. 문태영은 2015년 삼성으로 옮겨 현재까지 뛰고 있다.

2015년 LG에서 오리온으로 옮긴 뒤 지난해 오리온과 재계약이 불발되며 은퇴 기로에 놓였던 문태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유재학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한국 나이 45세의 노장이지만 199cm 장신과 노련한 패스 감각, 정확한 3점슛을 무기로 현대모비스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유 감독은 “태종이는 상대 장신 포워드 수비에서 많은 역할을 해줬다. 공격에서는 골밑 라건아에게 엔트리 패스를 넣어주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높다. 3점슛은 마지막에야 들어갔지만 상대 수비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공격 옵션이다”라고 했다.

문태종과 현대모비스의 인연은 다음 시즌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 구단 관계자는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본다. 본인 의사와 구단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은퇴를 암시하기도 했다. “우승 반지를 끼고 은퇴한다면 선수로서 완벽한 마무리가 될 것 같다”던 문태종이 다음 시즌에도 현대모비스에서 활약할 수 있을지 눈길을 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프로농구#문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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