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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짝을 찾느냐, 퇴화하느냐… 아름다움은 생존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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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짝을 찾느냐, 퇴화하느냐… 아름다움은 생존의 문제였다

이설 기자 입력 2019-04-20 03:00수정 2019-04-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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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진화/리처드 프럼 지음·양병찬 옮김/596쪽·2만5000원·동아시아

암컷에게 선택받기 위해 아름답게 진화한 수컷 새
동물의 성적 자율성 향한 투쟁, 다윈의 ‘성선택 이론’과 맞닿아
인간은 남성주의 문화로 인해 여성이 성적 자율성 갖지 못해
뉴기니 서부에 서식하는 보겔콥바우어새 수컷이 만든 구조물.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과일, 나무 부스러기, 꽃 등으로 주변을 장식했다. 사진 출처 브레트 벤츠
30년 경력의 ‘새 덕후’가 새를 탐독하다가 아름다움, 진화, 페미니즘에 도달한 이야기다. ‘종의 기원’(1859년)에 가려 서자 취급을 받던 다윈의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1871년)을 복권하고자 하는 시도다. 남녀의 차이는 타고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생물학에 근거해 조목조목 입증한다.

표지만 봐서는 주인공이 새인지 사람인지 헷갈린다. 예일대 조류학과 교수인 저자가 밝힌 책의 목표는 “배우자 선택에 대한 다윈의 미학적 원개념을 되살리고 아름다움의 과학적 주제의 주류로 격상시키는 것”. 다윈으로 시작해 새, 생물, 인간의 진화와 성문화로 이어진다.

깃털이 화려한 수컷 공작새. 픽사베이
찰스 다윈(1809∼1882)의 ‘종의 기원’은 지금껏 천하무적이다. 반면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을 아는 이는 드물다. ‘인간의…’에 담긴 ‘성(性)선택에 의한 미적 진화’(성선택)는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적 진화’(자연선택)에 가려 오랜 세월 평가절하됐다. 자연선택의 완전무결함에 집착한 다윈주의자들이 성선택을 배척한 탓이다.

저자는 성선택에 주목한다. 평소처럼 새와 ‘놀던’ 저자는 어느 날 ‘유레카’를 외친다. 일생의 작업들이 하나의 지표를 가리킨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새들은 특정 깃털 색깔 노래 과시행동에 대한 선호도를 바탕으로 자신의 배우자를 선택하며, 그 결과는 성적 장식물의 진화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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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의 관점에서 새의 아름다움이 진화했다는 발견은 성선택 이론과 일치한다. 무용하지만 화려한 수컷 공작새의 깃털, 비행을 방해하지만 미적으로 아름다운 곤봉날개마나킨 수컷의 날개, 생존에 도움이 안 되지만 아름다운 개똥지빠귀의 노래는 모두 성선택이 누적된 결과다.

성선택의 비범함은 동물의 감각·인지 능력과 성적 자율성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치장이 가장 화려한 종들은 암컷의 배우자 선택을 통해 성선택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빅토리아 시대 과학자들은 암컷의 성적 자율성을 옹호하는 주장을 비웃고 조롱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수컷 오리와 암컷 오리는 오랜 기간 성 결정권을 놓고 투쟁해왔다. 그 결과 수컷 오리의 페니스는 지나치게 길어졌고, 암컷 오리의 질은 개미굴처럼 복잡해졌다.

바우어새의 구애용 구조물의 앞뒤가 뻥 뚫린 배경도 이와 비슷하다. 수컷 바우어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화려한 집을 짓는데, 암컷 바우어는 수컷의 ‘데이트 폭력’에 대비해 탈출구가 없는 구조물에는 진입하지 않는다.

다채로운 새 이야기 끝에 만나는 건 인간의 성문화사다. 인간의 성 메커니즘은 동물과 큰 틀에서는 같지만 언어 물질 인종 종교의 영향을 받아 훨씬 복잡하다. “인간 남성이 여성과 달리 형태학적 장식을 보유하지 않은 건, 여성의 배우자 선택이 사회적 형질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지난한 투쟁에도 여성이 완전히 성적 자유성을 갖지 못한 이유는 이렇게 설명한다. “남성의 권력, 성적 지배, 가부장제라는 문화적 이데올로기가 (여성의 성적 결정권 확대에 맞서) 수정 생식 양육투자에 관한 남성의 지배를 재확립해왔다.”

대중 과학서지만 내용이 쉽진 않다. 애피타이저 격인 총천연색 새 그림을 감상한 뒤 프롤로그를 꼼꼼히 읽으면 전체 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새 이야기가 버겁다면 뒷부분의 인간 성문화사를 먼저 읽길 권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아름다움의 진화#리처드 프럼#진화#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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