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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여행은 곧 삶”… 안데르센 발자취 따라 유럽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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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여행은 곧 삶”… 안데르센 발자취 따라 유럽을 걷다

유원모 기자 입력 2019-04-20 03:00수정 2019-04-20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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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부스의 유럽 육로 여행기/마이클 부스 지음·김윤경 옮김/528쪽·1만8500원·글항아리
1840년 이탈리아 나폴리를 방문했던 안데르센이 그린 나폴리의 풍경(왼쪽). 마이클 부스는 “나폴리의 베수비오산 등을 둘러본 안데르센의 여행 추억은 그의 소설 ‘즉흥시인’ 등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설명한다. 오른쪽은 현재의 나폴리 모습. 글항아리 제공
‘축축한 기저귀를 찬 갓난아이 같은’ 기분이 드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영국 출신 저자는 결혼 이후 아내를 따라 덴마크로 이주한다. 하지만 쾌락과 사치라고는 당최 즐길 줄 모르는 갑갑한 금욕주의 문화, 1년 365일 중 300일은 우중충한 날씨, 반려견의 수술 성공 파티에서도 반드시 국기를 꽂고야 마는 강박적인 애국심. 덴마크는 저자에게 한없이 낯설고 도저히 적응 안 되는 콧대 높은 북유럽 국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교외의 어학원에 다니던 저자는 과제로 덴마크의 대문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의 ‘인어공주’ 원전을 번역하게 된다. 이때부터다. 생각지도 못한 마법이 펼쳐진다. 안데르센을 어설픈 훈계나 하는 유치한 동화작가쯤으로 여기던 저자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작품에 빠져든다. 안데르센 특유의 글맛을 살리지 못한 번역본만 읽어왔던 저자는 닥치는 대로 작품과 평전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문장이 그의 삶을 뒤흔든다.

“여행은 곧 삶이다.”

덴마크의 대문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글항아리 제공
안데르센이 1840년 10월부터 8개월간 유럽 전역을 둘러본 뒤 쓴 여행기 ‘시인의 바자르’(1842년)에 기록된 여정을 21세기의 저자가 다시 찾는 여행담을 정리했다. 코펜하겐을 시작으로 독일의 함부르크와 라이프치히, 이탈리아의 로마와 나폴리, 지중해의 작은 섬 몰타, 그리스 아테네, 터키 이스탄불, 다뉴브강을 따라 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 등을 거쳐 다시 덴마크로 돌아오는 대장정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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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재미는 제1·2차 세계대전의 피해를 입기 전 근대 유럽의 모습을 현재와 비교해 즐길 수 있다는 것. 안데르센이 찾은 19세기만 하더라도 나폴리의 베수비오산은 화산 활동이 진행되고 있었다. 인근 폼페이오는 18세기 후반이 돼서야 발굴조사가 이뤄져 안데르센은 막 새롭게 발굴된 감옥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유구한 문화유산과 달리 산업화에 실패하면서 경제 침체를 겪는 현재의 나폴리를 두고 “발전의 희망은 단념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는 저자의 익살스러운 평가와 대비된다.

사라져가는 유럽의 명승지를 확인할 때는 아쉬운 감정이 짙게 전해진다. 독일의 라이프치히는 안데르센이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사랑한 곳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도시 전체가 폭격을 당해 옛 정취를 잃었다. 맹렬한 협곡으로 안데르센을 설레게 했던 세르비아와 루마니아 국경 근처의 다뉴브강은 1972년 댐이 건설되면서 과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게 됐다.

안데르센은 당시의 유럽 여행을 기억하며 “마치 인생이 새롭게 시작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1840년대 ‘미운 오리 새끼’(1843년), ‘성냥팔이 소녀’(1848년) 등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동화를 탄생시킨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재치 있는 글맛으로 안데르센의 여정을 현대적으로 소개한 저자는 대문호의 내면과 여행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마이클 부스의 유럽 육로 여행기#마이클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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