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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주차, 서울 23개區 승인받는데 7년… 2곳은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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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주차, 서울 23개區 승인받는데 7년… 2곳은 아직도”

배석준 기자 , 김준일 기자 입력 2019-04-19 03:00수정 2019-04-1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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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위에 공무원, 규제공화국에 내일은 없다]
<7> 기업 옥죄는 포지티브 규제

“금지하는 규정도 없지만 허용하는 근거 규정도 없습니다. 공무원들은 애매하다 싶으면 일단 안 된다고 합니다. 서울의 25개 중 23개 구에서 허가를 받기까지 7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모두의 주차장’은 2013년 설립된 공유 스타트업 기업 ‘모두컴퍼니’가 제공하는 주차장 공유 서비스. 다양한 플랫폼의 공유경제 모델 중 주차장과 관련한 모델을 한국에 처음으로 만들었다. 김동현 대표는 “각 구청을 찾아다니며 많은 공무원들을 만나 주차장 공유 서비스의 필요성을 설명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모두의 주차장’은 사용자가 있는 곳에서 가까운 주차장 위치와 주차요금을 알려준다.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이 현재 사용하지 않는 사유지 내 주차 공간을 다른 사람이 쓸 수 있게 하는 주차 공유 기능. 주차 공간이 부족한 도심지에서 다른 사람의 주차 공간을 빌려 쓸 수 있다. 교회나 사무실 주차장 내 주차 공간을 주차 공간이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줄 수도 있다. 김 대표는 사업 구상을 하면서 처음에는 주차장을 제공하는 사람과 주차장을 찾는 운전자를 연결하고 설득하면 공유 사업 모델로 바로 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딴판이었다.

현행 주차장법에는 주차 공유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지만 동시에 해도 된다는 규정도 없다. 한국은 기업 활동을 허용하는 법과 제도가 없이는 사업이 불가능한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다. 어떤 사업을 해도 된다는 명문화된 규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 때문에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선 주차장법에 따라 최종 책임자인 각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서울시와 각 지자체 등은 주차 공유를 허용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별도의 조례를 만들거나 기존의 조례를 개정하지 않으면 사업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결국 김 대표는 각개 격파하는 심정으로 각 구청을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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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동안 김 대표가 구청 공무원들에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 중 하나는 “다른 구청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다. “시설관리공단을 찾아가 먼저 허가를 받아 와라” “한 곳이라도 다른 구청에서 허가해 주면 검토해 보겠다” “당신에게 이걸 허가해 주면 특혜를 줬다고 하지 않겠나” 등의 이유로 그의 사업 모델은 계속해서 퇴짜를 맞았다.

2013년 12월 서울 송파구에서 처음으로 주차 공유 사업을 허가받은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햇수로 7년에 걸쳐 서울 25개 자치구 중 23개 자치구에서 조례 개정을 통해 사업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2개 구청에서는 여전히 “특혜가 될 수 있다”며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처럼 ‘포지티브 규제’ 방식하에서는 스타트업 기업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만들어도 즉각 시장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렵다. 한 스타트업 기업 대표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면 정확한 근거 규정이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관련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즉각 허용해 주는 공무원을 만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딱히 안 된다는 규정도 없기 때문에 구청의 담당 공무원을 찾아가면 시청으로, 하급기관을 찾아가면 상급기관으로 가서 먼저 허가를 받아오라는 식”이라고 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창업자들에게 국가가 허락해주는 사업만 하라는 건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아니냐”고 말한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반면 네거티브 규제는 ‘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는 한 모든 것을 허용’하는 방식. 포지티브 규제가 사전 규제 성격이라면 네거티브 규제는 사후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이 때문에 가급적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18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옥외광고 표시를 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기존의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에서 도로교통법상 ‘차’로 개정하겠다고 했다. 이 역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려는 시도 중 하나다. 개정이 이뤄지면 기존의 자동차뿐 아니라 건설기계, 자전거, 오토바이를 통해서도 옥외광고를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여전히 정부의 조치가 미흡하다는 반응 일색이다. 또 다른 스타트업 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일정 부분 네거티브 방식으로 푸는 조치를 취했지만 극소수 기업에만 국한됐고 정작 이를 집행할 공무원들의 생각은 바뀐 게 없다”고 말했다.

배석준 eulius@donga.com·김준일 기자
#공유주차#규제공화국#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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