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만표, 정운호 몰래변론’ 검찰권 부당행사…전관예우 폐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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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17일 1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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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위 “정운호 처벌 무거운 업무상 횡령 처분 안해”
10년간 몰래변론 126건…66건 징계 ‘솜방망이 처분’

정한중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대행이 지난달 25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김학의 전 차관 사건 관련 수사권고를 발표하고 있다.  © News1
정한중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대행이 지난달 25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김학의 전 차관 사건 관련 수사권고를 발표하고 있다. © News1
2016년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60·사법연수원 17기)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전관 입김’을 넣어 구명청탁을 해준다며 맡은 사건 수사과정에서 검찰권이 부당하게 행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15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홍만표 몰래변론’ 등 선임계 미체출 변론사건의 최종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심의한 끝에 이같이 판단하고 검찰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위원회는 “홍 변호사의 ‘영향력 행사를 통한 사건무마’ 시도가 검찰권 행사 왜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으나, 검찰이 정 전 대표를 상습도박 혐의로만 기소하고 처벌이 더 무거운 업무상 횡령에 대해 아무런 결정과 처분을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과오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홍만표 몰래변론’ 사건은 검찰 고위직 출신인 홍 변호사가 정 전 대표의 상습도박 혐의 사건을 선임계 제출 없이 수임하면서 자신이 수사·결재·지휘검사 등 수사 관계자들과 연고가 있어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적극 과시해 거액의 착수금과 성공보수금 약정을 체결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검찰은 정 전 대표를 상대로 상습도박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수사를 진행했고, 두 가지 피의사실에 대해 정식 범죄인지를 하고 형사사건으로 등록했으나 처벌이 약한 상습도박 혐의로만 구속기소했다.

조사결과, 검찰은 정 전 대표에 대한 업무상횡령 부분은 추가 수사를 이유로 분리한 뒤 미처분 상태로 남겨뒀으나 이후 기소 또는 불기소 등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고 처분을 누락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된 홍만표 변호사가  2017년 6월서울 서초동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6.16/뉴스1 © News1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된 홍만표 변호사가 2017년 6월서울 서초동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6.16/뉴스1 © News1
또 당시 홍 변호사는 선임계 제출 없이 정 전 대표 상습도박 사건의 지휘라인에 있던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직접 만나 수사진행 상황을 파악함과 동시에 정 전 대표에 대한 불구속 수사 등 희망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홍 변호사는 정 전 대표에게 “3차장검사는 대검에서 같이 근무했고 중매도 섰을 정도로 가깝다”고 친분을 과시했다. 실제 홍 변호사는 3차장검사와 2015년 8월부터 10월까지 2개월여간 18차례나 통신을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위원회는 “위 미처분 과오에 대해 수사 당사자들이 고의가 아니라고 부인하는데다 홍 변호사의 몰래변론이나 청탁에 따른 결과라고 볼만한 직접적인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위원회는 “검사가 전관 변호사의 몰래 변론에 응한 점, 결과적으로 검찰권이 정당하게 행사되지 않은 과오가 있었던 점, 과오의 내용이 전관 변호사의 바람을 들어준 것과 같은 양상을 띠었던 점을 종합하면 검찰에 전관예우 등 법조계의 형사사법 절차상 잘못된 폐습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봤다.

위원회는 또 최근 10년간 대한변호사협회의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에 대한 몰래 변론 관련 징계처분 내역을 조사한 결과 대한변협 전관비리신고센터 등에 총 126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이중 66건 55명의 전관 변호사를 징계처분했다. 유형별로는 제명 2건(1명), 정직 8건(6명), 과태료 50건(42명), 견책 6건(6명) 등으로 대부분 과태료 처분에 그쳐 솜방망이 징계라는 지적을 받았다.

대한변협은 지난해 11월 인천지검 검사장과 수원지검 검사장을 지낸 A·B 변호사가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수사기관을 상대로 몰래변론한 사실을 적발해 각각 과태료 300만원과 2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또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부장검사 출신 C변호사는 2013~2014년 검찰이 수사한 가천대 길병원 횡령사건 등과 관련해 검찰 관계자들에게 수사 확대 방지와 내사 종결 등을 청탁하는 명목으로 10억5000만원을 수수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위원회는 Δ현행 검찰의 ‘형사사건 변론기록’ 제도 개선 Δ몰래변론 연루 검사 감찰 및 징계 강화 Δ수사검사 외 상부 지휘검사에 대한 변론제도 개선 Δ사건분리 처분시 미처분 부분 누락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검찰의 형사사건에 관한 기본정보를 온라인 등을 통해 충실하고 신속히 제공해 직접 변론의 필요성을 줄이고, 검찰청 출입기록과 연계한 변론기록 시스템을 개발하는 방법으로 변론기록 작성 누락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도 제시했다.

또 수사 및 지휘검사의 몰래변론을 허용하거나 변론기록 미작성이나 허위작성에 관해 감찰을 강화하고 위반 행위에 관해 적극 징계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전관 변호사가 수사 실무자는 물론 지휘라인의 고위직 검사를 만나 변론하면서 수사와 처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검찰 처분의 신뢰를 저해하는 행위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상부 지휘검사에 대한 변론에 관해서는 지휘검사를 만나 변론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변론을 허용하되 허용사유와 변론 내용, 변론 후 수사검사 등 하위 검사에 대한 지시 유무 및 지시사항을 의무적으로 기록하게 하는 등 관련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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