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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년 역사’ 불타는 노트르담 대성당 …“오, 신이시여 프랑스가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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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년 역사’ 불타는 노트르담 대성당 …“오, 신이시여 프랑스가 울고 있다”

파리=동정민특파원 , 최지선기자 입력 2019-04-16 16:08수정 2019-04-1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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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에 무너지는 노트르담 대성당 첨탑. 뉴시스

“오 신이시여….”

15일 오후 7시 50분(한국 시간 16일 오전 2시 50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93미터 높이 첨탑 끝 부분이 불길 속으로 뚝 떨어졌다. 센 강변에서 화재 현장을 바라보던 파리 시민들은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상당수는 눈물을 흘렸다. 연 1300만 명 관광객이 찾는 850년 역사의 인류 문화유산은 이처럼 허무하게 무너졌다.

●화마와 싸운 9시간

화재는 15일 오후 6시 30분(한국 시간 16일 오전 1시 30분)쯤 발생했다. 앙드레 피노 대성당 언론 담당자는 현지 언론에 “경고음이 울린 뒤 성당의 높은 곳에서 회색빛 연기구름을 봤다”고 했다. 목격자들은 마지막 관람객들이 몰려 들어가기 전 대성당 문이 갑자기 닫혔고 불이 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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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명이 넘는 소방관들이 18개의 대형 물 호스를 사용해 물을 뿌렸다. 소방관 한 명이 중상을 입었다. 큰 불길은 발화 9시간이 지난 16일 오전 3시 30분경 잡혔으며, 15시간 만인 오전 9시 30분 경 완전 진화됐다. 진화 후 로이터 등이 공개한 사진에 드러난 성당 내부 모습은 참혹했다. 천장은 폭력을 당한 듯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벽면은 시커멓게 그을렸다. 장 클로드 가이에 파리 소방청장은 “전면부의 두 탑은 불길을 피했지만 대성당 지붕의 3분의 2는 붕괴됐다”고 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름 9.6~13m의 대형 장미 모양 스테인드글래스 중 일부가 훼손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스테인드글래스는 착색유리를 납으로 이어 붙여 만들어 열에 취약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TV 생중계 일정을 취소하고 현장을 찾았다. 그는 불타버린 성당 내부를 둘러보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지만 “최악 상황은 피했다. 우리의 성당을 다시 지을 것”이라고 했다. 내각은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했고 프랑스 문화유산재단은 성당 재건을 위한 국가 모금에 돌입했다.

●진화를 어렵게 한 비계와 좁은 도로


프랑스 검경은 테러나 방화가 아닌 실화(失火)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르피가로 등 현지 언론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첨탑 보수공사를 위해 높은 곳에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비계(飛階) 쪽에서 불길이 시작됐다고 보인다고 보도했다. 비계 아래의 핵심 구조물 ‘아치형 나무 보’는 12세기에 벌목한 참나무로 만들어져 ‘숲(The Forest)’으로도 불린다. 건물 손상을 우려해 철재가 아닌 나무 비계를 쓴 데다, 오래 돼 건조해진 보가 불쏘시개가 되어 화재를 키웠다는 의미다.

파리 특유의 좁은 도로도 초기 대응을 어렵게 했다. 키스 브라이언트 미 연방소방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유럽은 길이 좁아 대형 사다리차를 보유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물을 댈 소방용 호스도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그야말로 신이 도운 일이란 평가가 나온다. 주요 유물인 가시면류관과 루이 9세의 튜닉 등은 소방관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안전하게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 검찰은 16일 대성당 보수 작업을 하던 인부 탐문과 현장 조사를 시작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현장 관계자들은 검찰에 “오후 6시 20분 경 대성당에서 화재 경보가 울렸으나 불씨를 확인하지 못했고, 6시 43분 경 두 번째 경보가 울린 후에야 불길을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 “프랑스가 울고 있다”

시민 티보(25) 씨와 안젤라(23) 씨는 기자에게 “모든 프랑스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노트르담 대성당의 역사와 의미를 배운다”고 했다. 시민 오베이 씨는 “그 자체로 감동을 주는 건물이 사라지다니 정말 슬픈 저녁”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시테 섬을 비롯한 센 강의 섬 2곳에는 비극적 현장을 보려는 인파가 몰려들어 주변 정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비극은 다음 주말 부활절 직전 예수의 고난과 십자가 죽음을 기리는 가톨릭 성주간에 발생해 침통함을 더했다. 시민들이 찬송가 ‘아베 마리아’를 합창하는 모습을 담은 트위터 동영상은 700만 회 이상 조회됐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노트르담은 파리의 역사 그 전체이며 이번 화재는 전 세계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
파리=동정민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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