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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 개혁 실패 부메랑… 핀란드 집권 중도우파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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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 개혁 실패 부메랑… 핀란드 집권 중도우파 무너졌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입력 2019-04-16 03:00수정 2019-04-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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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당, 총선에서 4위로 몰락
핀란드, 유럽서 고령화 가장 빨라
우파 연정, 연금 등 대대적 복지개혁… 국민들 “노후 불안” 불만에 역풍
사민당 “추가 연금” 앞세워 1당에, 친환경정책 반대 극우정당 2위

14일 치러진 핀란드 총선에서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집권 중도 우파 중도당의 몰락이다. 4년 전 총선에서 21.1%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던 중도당은 13.8%를 얻어 4위로 추락했다. 전체 200석 중 31석을 차지하는 데 그치며 의석수의 3분의 1이 사라졌다. 1위와 2위는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17.7%)과 극우 포퓰리즘 핀란드당(17.5%)이 차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핀란드 선거 결과는 전체 유럽을 향한 경고”라며 “‘고령화의 덫’에 빠진 세계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정치적으로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핀란드는 유럽에서 노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다. 핀란드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당시 인구의 1.5%에 불과했던 85세 이상 노인 비율은 지난해 2.7%, 2070년에는 9%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70년에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65세 이상이 된다.

핀란드는 국민 행복지수가 세계 1위일 정도로 복지체계가 잘 갖춰진 나라다.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가 재정이 복지비용을 충당할 수 있느냐는 고민이 2000년대부터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187억 유로(약 24조1230억 원)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7.9%를 차지한 핀란드의 사회·건강보장 예산은 2035년에는 GDP의 9.6%까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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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부터 정권을 잡은 우파 연정은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를 줄이고, 공공 노인요양시설을 민간으로 전환하는 한편 연금을 덜 받고 더 내는 방식으로 다양한 개혁을 진행했다. 2017년 연금 개혁안에 따라 올해부터 최초 연금 수령 시기가 3개월 늦어졌다. 그 덕분에 지난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 부채가 감소로 돌아섰지만 이로 인해 국민이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복지 혜택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것이다.

우파 연정은 최근 ‘지속가능한 갭’이라는 새로운 수치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노령화로 가중되는 정부 지출이 정부 소득에 비해 얼마나 많아질 것인지 계산하는 것으로, 이를 줄이기 위한 정책 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 업무를 기초자치단체로 이관해 정부 지출을 줄이고 민간 역할을 확대하는 보건복지 개혁을 추진했지만 여론의 반대와 연정 내부 이견으로 입법에 실패하고 유하 시필레 총리는 사임했다.

우파 연정의 긴축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쌓여갔다. 핀란드 남부 포르사 지역의 연금 수혜자연합 레아 마켈라 씨(61)는 “점점 늙어가는 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며 “90세가 넘은 엄마처럼 나도 국가의 보호와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2월엔 일부 노인요양시설이 간호사를 거의 배치하지 않고 노인들이 밤새 젖은 기저귀를 차도록 방치한 사실이 적발돼 폐쇄 결정이 났다. 요양시설을 민간에 맡기는 것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그 틈을 사민당이 파고들었다. 사민당은 매달 1400유로(약 180만 원) 이하의 연금 소득자에게 매월 100유로씩 더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사민당이 우파 연정의 고령화 대비 정책에 따른 국민 반감으로 반사이익을 봤다면 총선 2위를 차지한 핀란드당은 친환경정책에 대한 반감의 수혜자다. 핀란드당은 에너지 세금을 올리는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반대해 표를 얻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핀란드 총선#중도우파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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