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당기는 눈맛… 명품식기의 유혹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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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도 심리적 만족 ‘가심비’에 주52시간뒤 요리-홈파티족 늘어
예쁜 그릇에 음식 담아 즐기고 사진 찍어 SNS에 올려 공유도
수입 브랜드 매출 꾸준히 증가… 홈쇼핑서 1시간만에 5억 판매도
백화점 편집숍 등 매장 확장

신세계조선호텔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운영 중인 ‘자주 테이블’에서 고객들이 고급 식기 브랜드 ‘VBC 까사 
폰타코’ 위에 놓인 음식을 즐기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 등의 영향으로 홈파티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고급 식기 매출도 커지고
 있다. 신세계 제공
신세계조선호텔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운영 중인 ‘자주 테이블’에서 고객들이 고급 식기 브랜드 ‘VBC 까사 폰타코’ 위에 놓인 음식을 즐기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 등의 영향으로 홈파티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고급 식기 매출도 커지고 있다. 신세계 제공
신세계조선호텔이 2016년 2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오픈한 식기 체험 레스토랑 ‘자주 테이블’에는 최근 명품 식기 브랜드의 협업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VBC 까사 폰다코’, ‘르크루제’, ‘이딸라’ 등 신세계조선호텔이 선정한 브랜드의 식기에 음식을 담아 약 한 달간 선보이고 레스토랑 고객에게 식기를 판매하는 마케팅이 인기를 끌어서다. 식기에 음식을 담았을 때 어떤 모습인지 눈으로 보고 살 수 있어 그릇을 좋아하는 주부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실제로 ‘자주 테이블’과 협업해 레스토랑 고객에게 식기를 선보인 브랜드의 매출이 2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 관계자는 “홈파티와 요리를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식기 관련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15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수입 식기 상품군의 신장률은 2016년 10.5%, 2017년 11.8%, 2018년 14.4%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에서도 식기 상품군 신장률이 2016년 4.3%, 2017년 7.8%, 2018년 9.2%로 상승세다. 접시 하나당 수만 원에서 비싼 건 수십만 원이나 하지만 그릇을 단순히 음식을 담는 용도로 사려는 것 외에 일종의 작품으로 수집하려는 수요가 있어 고가의 수입 브랜드는 국내에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 ‘광주요’, ‘오덴세’ 등 일부 국내 브랜드도 마니아 층이 생기면서 판매가 증가하는 추세다. 업계가 추정한 국내 식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3000억 원이다.

식기의 높은 인기 요인으로는 가격이 비싸도 개인의 만족이 중요하다는 ‘가심비’ 트렌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맛있는 음식을 예쁜 그릇에 담아 즐기고, 이를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올리는 것을 즐기는 이들이 증가하는 것도 국내에서 식기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다. 이들은 ‘찬장이 꽉 찼는데도 또 사고 싶다’ ‘하나씩 모으다 보면 든든하다’고 말한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길어진 저녁 시간을 활용해 요리 및 홈파티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빌레로이앤보흐 식기세트(왼쪽 사진)와 오덴세 식기세트. 각 업체 제공
빌레로이앤보흐 식기세트(왼쪽 사진)와 오덴세 식기세트. 각 업체 제공
20대 프리랜서 박모 씨는 “옷이나 음식은 가격을 따져보고 지출을 줄이지만 예쁜 그릇은 가격을 떠나 꼭 갖고 싶다”며 “집을 넓히면 가장 먼저 사고 싶은 게 그릇”이라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정모 씨는 “포트메리온 12개월 시리즈나 로얄알버트 100주년 세트 등은 그릇 마니아들의 필수 아이템”이라며 “결혼 전에 이미 그릇을 많이 사모아 혼수로 그릇은 안 사도 된다는 미혼 친구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주부들의 트렌드를 잘 반영하는 홈쇼핑에서도 식기 인기는 뜨겁다. 롯데홈쇼핑 최유라쇼에서 지난해 6월 프랑스 식기 브랜드 ‘레볼’의 홈세트는 방송 시작 1시간 만에 주문 수량 1200건을 기록하며 약 5억 원어치 팔려 나갔다. 독일 브랜드 ‘빌레로이앤보흐 홈세트’는 100만 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1회 방송 평균 1000세트 이상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총 4회 방송 동안 4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CJ오쇼핑이 2013년 론칭한 ‘오덴세’는 고객 반응이 좋아 홈쇼핑 채널을 넘어서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 진출했다. 오덴세는 지난해 기준 오프라인 매장 65곳을 운영하며 매출 150억 원을 달성했다.

식기 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를 잡으려는 유통업계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롯데백화점은 프리미엄 식기 등을 취급하는 글로벌 리빙 편집숍 ‘더콘란샵’을 올 하반기 서울 강남권 백화점에서 선보인다. CJ오쇼핑은 3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오덴세 매장을 확장 오픈했고 이달부터 취급 상품군을 더욱 다양화하고 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신세계백화#고급 식기#가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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