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진 총장 “취업이 최고의 복지… 지역사회와 상생, 발전하는 대학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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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국립한국복지대 총장 인터뷰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다가오는 20일은 제39회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을 향한 사회의 인식은 전보다 개선됐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밑바탕이 되는 장애인 교육 문제 역시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이상진 국립 한국복지대 총장(61)을 만나 한국 장애인 교육의 현주소와 가야 할 길을 물었다. 2016년 총장공모제를 통해 경기 평택시 한국복지대 총장으로 취임한 그는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주유네스코 한국대표부 대사, 한국방송통신대 석좌교수 등을 거친 교육행정 전문가다.

전국 유일의 국립 전문대학(3년제)인 한국복지대는 고등교육단계 장애인 통합교육을 취지로 2002년 설립된 국립 특수목적대학이다. 장애 학생이 전체 재학생(700여 명)의 35% 정도를 차지한다.

장애인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국립대 총장으로서 장애인의 날을 앞둔 감회는?

장애인의 날이 제정되던 1981년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 및 지원제도는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특수학교 설립과 관련된 학교용지 인근 주민들의 반대 등 아직도 사회 일반의 인식 수준이나 장애인 교육 및 고용 등에서 미흡한 부분도 많다.

한국복지대가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경제적 자립과 통합사회형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만큼 (총장으로서) 국가와 사회발전에 보다 능동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대학으로 육성, 발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지난해 5월 법정의무교육에 추가되면서, 우리 대학은 평택시와 협력하여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사양성과정을 5월 개설한다.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다.

한국 장애인 교육 발전을 위한 한국복지대의 역할은?

한국복지대가 문을 연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지금은 수학능력이 있는 장애인의 경우 대학 진학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봐야 한다. 질적 제고에 매진해야 할 시기라는 이야기다. 문명사적 전환이라고 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에 대비하는 장애인 교육시스템으로의 질적 전환이 긴요한 시점이다.

미래 전망은 엇갈린다. 첨단 의료기술, 과학기술의 발전과 융·복합으로 장애에 따른 의사소통 등 여러 제약 요인을 상당 부분 보완하고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반면 장애인 문제가 더욱 고착화, 양극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장애인 고등교육의 발전 방향도 여기에 있다. 보조공학기술 활용 등 4차 산업혁명의 긍정적 효과는 극대화하면서 부정적 측면은 최소화해 나가기 위한 대학의 역할과 책임이 작지 않다.

국립대학으로서 한국복지대는 장애인 고등교육에서 그 선도, 모형,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아무래도 직업교육 훈련 중심이다 보니 연구개발(R&D) 역량 축적이 어려웠고, 전체 학과 12개의 규모적 한계도 있다. 개교 17주년을 맞이한 지금이 우리 대학의 운영체제 개편 문제를 제2의 개교라는 관점에서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4년제 승격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건가.

4년제가 되면 한계를 극복하는 데 여지도 늘어날 것 아닌가. 여러 방안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건 인근 국립 한경대와의 통합 방안이라고 본다. 차로 20분 거리로 위치도 가까운 데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 대학을 평택캠퍼스, 한경대를 안성캠퍼스로 운영하는 식이다. 통합 시너지를 거두면서 장애인 고등교육 분야에서 그 선도, 모형, 거점 역할을 보다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는 큰 그림이 있다. 현재 우리 대학은 한경대와 한국융합복지연구원 설립 작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은 초기 단계다. 5월 중 실체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 과정에서도 추진협의회 등 공감대를 쌓아가고 있다.

물론 당사자들의 협의와 소통도 중요하지만 국립대 간 문제인 만큼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도 중요하다. 통합을 이룬다면 장애인 고등교육 발전과 복지 증진에서도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복지대 장애인 교육의 특·장점은….

학생 정원(700여 명)이나 개설 학과(12개) 규모 등으로 보면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우리대학은 강소대학의 특색과 장점을 가지고 있다. 교수 1인당 학생 수 10명 이내의 학생 맞춤형 교육환경, 국립대 최저 수준의 등록금, 다양한 장학금 및 복지 제도 등 모든 학생이 경제적인 걱정 없이 배울 수 있는 질 높은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장학금 지급률은 수도권 최상위 수준이고, 최근 수년간 졸업생 평균 취업률도 70%대다. 장애학생의 취업률이 오히려 비장애 학생보다 높을 때도 있다.

‘취업은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한다. 즉 현재 70% 초반 수준인 본교의 학생 취업률을 90%대의 전국 최상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을 임기 중 최우선 과제로 삼아 대학의 취업지원 역량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학과 신설의) 여건이 쉽지 않지만 가능하다면 보건의료 분야의 학과 개설도 꿈꾸고 있다. 장애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고 본다.

지난해 이뤄진 교육부 대학진단평가에서 한국복지대가 평택 소재 대학 중 유일하게 최고 등급인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됐다. 대학과 지역이 연계된 발전방향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대학과 지역은 동전의 양면처럼 상호일체의 관계라고 본다. 여전히 평택 지역사회에서는 도시 규모에 비해 대학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무엇보다 우리 대학이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발전하는 대학이 되기를 바란다. 평택시 등 지역사회 차원의 투자도 절실하다.

지난해 우리 대학이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되면서 지역사회의 사랑과 아낌을 받을 수 있는 기초는 마련했다. 우리 학생 중 경기 남부권 출신이 40% 정도다. 산학협력,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운동장, 체육관, 도서관과 같은 학교 시설의 개방 등 다양한 경로와 방식을 통해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생각이다. 평택시, 상공회의소, 고용노동지청 등 지역사회의 주요 유관 기관, 단체와의 협력관계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평생교육도 대학과 지역사회가 만나는 중요한 접점이다. 장애인들에 대한 다양한 평생교육은 물론 장애인 활동지원사 양성과정, 경기 지역 보육교직원 연수과정 등 관련 프로그램을 차분하게 확충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학 내 드론교육원을 설치해 지역 최초로 드론 자격증 과정을 개설했다.

평택은 50만 명의 인구를 포용하고 있는 경기 남부권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이자 물류중심 도시이기도 하다. 우리 대학 또한 현재 조성 중인 ‘브레인 시티(Brain City) 산업단지’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상반기 내 창업보육센터 개소를 목표로 하는 등 다양한 산학협력을 통해 정부의 혁신성장에 일조하겠다. 우리의 중요한 사회적 책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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