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신선하고 안전하면 산다”…中식품시장 돌파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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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14일 1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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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성장으로 시장 성숙단계…고급화·브랜드 육성해야

중국 상하이 시내에서 운영중인 정관장 매장© 뉴스1
중국 상하이 시내에서 운영중인 정관장 매장© 뉴스1
중국 상하이 싱콩광장의 대형 쇼핑몰 지하에 위치한 한 식품 매장. 현장 직원이 살아있는 새우를 꺼내 장바구니에 담는다. 소비자가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구입한 새우는 장바구니에 담겨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자동으로 배송직원에게 전달되며 주문후 30분내에 최종 목적지까지 배송된다.

설립 4년만에 중국 주요도시에 155개까지 점포를 늘린 허마셴셩의 상하이점 모습이다. 허마셴성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유통 매장으로, 가공 식품은 물론 살아있는 수산물까지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 후 매장에서 3km까지 30분 이내에 배송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매장과 마찬가지로 신선농산물과 수산물을 비롯해 다앙한 가공식품까지 정리정돈이 잘 돼 있지만 허마셴성 매출의 70%는 직접 방문 고객이 아닌 모바일 앱 주문에서 나온다. 고객이 매장에서 직접 체험을 하고 제품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 앱 주문으로 유도하는 전략이 유효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마트에서 배송서비스를 하고는 있지만 허마셴셩은 정확한 시간내 배송과 파손이나 변질되기 쉬운 신선식품까지 배송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급변하고 있는 중국 식품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이면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구매하겠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허마셴셩의 배송서비스 자체는 무료지만 해당 비용이 제품 가격에 사실상 포함돼 다른 일반 마트보다는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허마셴성이 급성장하는 이유는 ‘신뢰’다.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실제 본 제품과 다르거나 만족하지 못할 경우, 반품을 받지 않고 즉각 환불해 준다. 물론 이를 악용할 수도 있지만 모바일 앱을 통해 주문하는 만큼 구매 이력이 남는다는 점에서, 악용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한다.

◇지난해 중국 최대 수출에도 점유율 1% 못미쳐

지난해 우리나라의 중국 농식품 수출은 11억달러로 2017년 사드 악재를 떨치고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1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 식품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급변하고 있는 중국 식품시장에 수출을 늘리기 위해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날 허마셴성이 입점한 대형쇼핑몰 1층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개최한 ‘2019 상하이 K-Food Fair(푸드 페어)’ 신제품 품평회가 열렸다. 중국 수출을 원하는 우리 업체의 신제품을 현지 바이어들이 평가하는 자리다.

현장에서 한국 업체가 선보인 어린이용 치즈를 평가한 허마셴성 MD는 제품의 품질과 포장 상태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비슷한 중국 제품보다 가격이 1.5배 비싸다”며 “가격을 더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국으로 수출하는 우리나라 식품에는 대부분 관세가 붙기 때문에 현지 제품과 가격 경쟁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소득 수준이 높은 베이징을 비롯해 상하이 인근 동부연안 지역의 수입 식품시장은 성숙기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가격이 비싸도 안전하고 품질이 좋으면 구입할 수 있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날 현장에서는 2017년 사드 여파로 한국산 제품이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을 때도 소위 현지 ‘있는 집’에서는 믿을 수 있는 한국산 분유를 먹였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일부에서는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만 전반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부분이 판매에 장애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식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현정옥 대련대관무역 대표는 “1990년대에는 중국에서 한국 식품이라면 무조건 팔렸지만 지금은 중국 식품도 품질이 좋아졌다”며 “한국 식품이 중국에서 팔리기 위해서는 고급화 밖에는 길이 없다”고 말했다.

수입식품에 ‘인증’ 배타적…政 지원 절실

제품 고급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전략으로는 꾸준한 브랜드 육성과 최근 뜨고 있는 친환경·유기농 인증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중국에서 어린이 식품을 판매하기 위해 친환경·유기농 인증이 필수다.

우리나라와 유기농 인증 호환이 가능한 미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별도의 인증을 받아야 문구 표현이 가능한 실정이다. 중국 당국이 수입 식품에 더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는 터라 인증도 쉽지 않다.

9일 상하이 홍차오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식품 수입바이어 초청 간담회’에서 수입업체 대표들도 이 같은 부분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오병석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실장은 “인증과 관련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지원을 검토해 보겠다”며 “우선적으로 현지에서 앞서 인증을 받은 업체들이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정관장’과 ‘은진원’ 브랜드로 우리나라 홍삼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국인삼공사도 고급 브랜드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상하이 ‘정관장’ 매장 역시 현지에서 명품 브랜드가 즐비한 L 에비뉴에 입점해 있다.

매장에는 우리 돈으로 1000만원 이상 가는 제품도 진열돼 있었는데 현장 관계자는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아 최소 3개월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관장’ 브랜드는 현지에서도 고가로, 우리나라보다 1.5배 가량 비싸다. 고품질의 우수한 제품을 선호하는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최근 소득 수준 향상에 따른 여성용, 어린이용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 중이다.

오병석 실장은 “우리나라 농식품은 아직 개별 제품에 대한 인지도는 낮지만 식품 안전성 측면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거대 중국 시장 개척을 위한 체계적 지원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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