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켰던 美유통업계 다시 ‘폐업 공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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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 효과 사라지며 매출 급락… 매장 줄여 온라인쇼핑과 무한경쟁
UBS “7년내 7만5000곳 폐점”

지난해 감세 등의 경기 부양 효과로 일시 반등했던 미국 유통업체들이 다시 ‘폐업 공포’에 직면했다. 유통회사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는 ‘다운사이징’으로 온라인 쇼핑과의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는 의류, 전자제품, 가구를 판매하는 미국 내 유통매장 7만5000곳이 2026년까지 문을 닫을 것으로 추정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 전했다.

전체 유통업 매출의 약 16%를 차지하는 온라인 쇼핑은 2026년 25%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미국 가정이 온라인에서 지출한 금액은 평균 5200달러로 5년 전에 비해 50% 증가했다. 이처럼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하면 미국 의류매장 2만1000곳, 소비자 가전매장 1만 곳, 가구매장 8000곳이 2026년까지 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UBS에 따르면 미국에서 2017년 이후 라디오섁(1470곳), 토이저러스(735곳), 매트리스펌(7000곳), GNC(700곳) 등 오프라인 유통매장 1만5000곳이 문을 닫았다. 신발 판매 브랜드인 ‘페이리스 슈소스’는 2월 파산보호 신청을 하고 미국 내 2100개 매장 폐쇄에 나섰다. 아동복 브랜드인 ‘짐보리’는 800개 점포를 닫고 있다. 갭 등 미국의 대표적인 의류 브랜드도 매장 수 축소를 시사했다.

이 같은 트렌드는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10여 년간 유통업 매장의 구조조정과 지난해 감세 등 경기 부양 정책으로 2018년 미 유통 매장의 매출이 증가했지만 올해는 감세 효과 등이 사라지면서 매출이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 규모를 줄이거나 온라인 쇼핑을 위한 쇼룸 형태의 매장을 여는 ‘다운사이징’ 트렌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전문 브랜드인 가구회사 웨이페어, 매트리스 회사 캐스퍼 등은 오프라인 매장을 새로 내고 있지만 온라인 제품 주문을 위한 쇼룸 성격에 가깝다. 타깃, 이케아 등 대형마트는 규모를 크게 줄인 도심 매장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금융서비스회사 D.A.데이비드슨의 존 모리스 수석브랜드의류분석가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유통회사들이 매장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며 “매장 간소화 트렌드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유통업계#u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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