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베일 벗다… 인류 역사상 최초 관측 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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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 전파망원경 8대 연결해 5500만 광년 거리 은하서 포착
국제 연구팀에 한국인 8명도 참가, 아인슈타인 이론 직접 증명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의 연구자로 구성된 국제 연구협력 프로젝트인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은 10일 오후(현지 시간) 인류가 직접 관측한 블랙홀의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EHT 연구팀 제공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의 연구자로 구성된 국제 연구협력 프로젝트인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은 10일 오후(현지 시간) 인류가 직접 관측한 블랙홀의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EHT 연구팀 제공
인류가 블랙홀의 핵심부를 영상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을 제시하면서 처음 등장한 개념상의 블랙홀 존재를 눈으로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인 연구자로 구성된 국제 연구협력 프로젝트인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은 10일 오후(현지 시간) 인류가 직접 관측한 블랙홀의 모습을 사상 처음으로 공개했다. 연구팀은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5500만 년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거대한 은하 중심부에서 2017년 4월 약 열흘에 걸쳐 블랙홀을 관측한 뒤 2년간의 분석을 거쳐 공개했다.

블랙홀은 별 등이 극도로 압축돼 아주 작은 공간에 밀집한 천체다. 우주에서 가장 빠른 존재인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중력이 강해 어두울 것으로 예측돼 블랙홀(검은 구멍)로 불려왔다. 어두운 데다 너무 먼 거리에 있어서 아무도 블랙홀을 직접 관측하지 못했다. 영화 ‘인터스텔라’나 과학책 등에 등장하는 블랙홀 그림은 모두 이론 계산을 바탕으로 그린 상상도였다.

이번 관측 결과 블랙홀은 빛이 강한 중력에 의해 휘어 둥글게 형성된 지름 1000억 km의 고리 모양 구조 안쪽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연구 결과 이번에 관측된 블랙홀은 마치 달걀 속 노른자 안에 들어 있는 것처럼 위치해 있다. 크기는 지름이 약 400억 km다.

그동안 블랙홀은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망원경으로는 하나의 점으로밖에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파장이 1.3mm 수준인 작은 전파를 이용해 스페인과 미국, 남극, 칠레 등 지구 전역에 흩어진 8대의 전파망원경을 동시에 사용해 관측했다. 사실상 지구 크기의 전파망원경을 썼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EHT는 “프랑스 파리에서 지구 반대편 미국 뉴욕의 신문 글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의 해상도”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단순한 블랙홀 영상만 얻은 게 아니다. 연구에 참여한 변도영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책임연구원은 “블랙홀의 존재를 부인할 수 없는 직접적인 증거를 통해 확인했다는 게 가장 큰 의의지만 블랙홀의 질량이나 팽이처럼 도는 성질 등을 관측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세계 각국 13개 기관에서 총 200여 명의 연구자가 참여했다. 한국은 천문연 소속 연구자 8명이 동아시아관측소 산하 두 전파망원경 집합체의 협력 구성원으로서 참여했다. 한국이 운영하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과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EAVN)도 연구에 기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천체물리학저널에 여섯 편의 논문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블랙홀 최초 관측#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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