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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과 취재기자가 함께 쓰는 현장칼럼]인류문명에 출현한 AI, 노동의 종말인가 노동의 해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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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과 취재기자가 함께 쓰는 현장칼럼]인류문명에 출현한 AI, 노동의 종말인가 노동의 해방인가

김광현 논설위원 , 곽도영 기자 입력 2019-04-10 03:00수정 2019-04-1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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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과 취재기자가 함께 쓰는 현장칼럼] AI연구 최전선 인공지능연구원
겸재 화풍 학습한 AI가 0.1초만에 그린 인왕산 산수화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1)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에 인왕산 사진(2)을 넣으니 0.1초 만에 겸재 화풍의 인왕산 산수화(3)를 만들어냈다. 인공지능연구원 제공
김광현 논설위원
컴퓨터에서 시작된 인공지능(AI)은 인류문명사에 있어 최대의 발명품으로 손꼽힌다. AI는 산업혁명에 이어 인류가 여태까지 경험하지 못한 고도의 생산성을 가져다줄 것이다. AI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를 받으면서 나머지 시간은 개인 각자가 자기실현을 위해 사용하는 노동의 해방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반대로 이대로 가다가는 직업의 소멸, 고용 없는 성장, 실업자를 양산하는 노동의 종말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함께 존재한다.

인공지능연구원(AIRI) 입구에서 김진형 원장이 AI 안내원 ‘맹문희’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하니 얼굴과 음성을 인식해 문을 열어준다. 성남=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곽도영 기자
AI가 바꿀 미래, 특히 노동의 미래를 취재하기 위해 경기 성남시 판교 글로벌R&D센터에 있는 인공지능연구원(AIRI)을 찾았다. 입구에 사람 키만 한 길쭉한 모니터에 나타난 AI 안내원 ‘맹문희’ 양이 방문객을 인식하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낯선 사람이라 문을 열어주지는 않았다. 자주 드나드는 직원은 얼굴이 학습돼 있어 카드를 대거나 비밀번호를 누르지 않아도 “오늘도 파이팅” 혹은 “피곤하시죠”라면서 문을 열어준다.

연구원에 들어서니 집채만 한 컴퓨터들이 가득 들어찬 방이 아니라 자기 책상에서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이 쾌적한 일반 기업 사무실과 다름없다.

‘한국 최고의 AI 컴퓨터는 어디 있는 걸까’ 하고 두리번거릴 필요 없다. AI는 AI 컴퓨터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컴퓨터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함께 큰 데이터 용량을 처리한다. 김진형 원장은 인공지능의 대명사가 된 알파고와 이세돌이 2016년 3월 바둑 대결을 벌였을 때를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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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은 혼자인데 알파고는 수많은 컴퓨터가 연결된 것이니 불공정한 게임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AI의 기본 속성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죠.”

이후 알파고는 중국의 일인자 커제도 가볍게 꺾고 더 이상 인간과는 상대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인공지능 자기들끼리 둔다. 그러면서 점점 더 고수가 돼가고 프로기사들은 이제 인공지능의 수를 학습하기 바쁘다.

인공지능과 컴퓨터는 두부 자르듯 명확한 구분선은 없다. 인공지능은 더욱 스마트해진 컴퓨터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빠른 계산을 넘어 추론하고 판단할 수 있고, 분석과 해석을 넘어 스스로 생성을 하는 단계에 왔다면 인공지능이라고 본다는 게 대체적인 정의다. 많은 데이터와 학습이 필수다. 예를 들어 화난 표정의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화난 표정입니다”라고만 대답할 수 있다면 컴퓨터다. 화난 표정을 딥 러닝(Deep Learning)한 인공지능에 다른 사진을 넣고 “화난 사진을 만들어 줘”라고 하면 그런 표정의 사진을 ‘생성’할 수 있다. 나훈아 노래와 음성을 학습해 존 레넌의 ‘이매진’을 나훈아 창법으로 부르게 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바둑기사들은 인공지능에 완패한 뒤에도 여전히 직업을 보전할 수 있는 다행스러운 경우다. 하지만 다른 많은 직업은 인공지능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지구상에서 돈 냄새를 가장 잘 맡는 집단인 글로벌 투자은행 1위 골드만삭스가 주식 트레이더 600명을 단 2명으로 줄였다는 뉴스가 매사추세츠공대(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실린 게 2017년 4월이다.

의사, 판사, 변호사 등 고연봉 두뇌형 직업은 인공지능 우선 대체 그룹에 속한다. 에스토니아에서는 간단한 벌금형 정도는 이제 AI가 판결해 준다는 최근 외신 보도가 있었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발표에 따르면 가까운 미래에 변호사 업무의 50%는 알고리즘으로 대체할 수 있다. 폐질환을 비롯해 진단 분야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이 의사를 앞섰다. 의사의 80%는 알고리즘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게 이미 6년 전이다. 최근 사회적 갈등을 빚고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는 제도가 기술의 발전을 막고 있는 경우다. 마부가 아무리 ‘붉은 깃발’을 흔들어도 결국은 마차와 마부가 자동차와 운전자에게 길을 열어주었듯 자율주행차가 택시 운전사의 소멸을 가져오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우리 생활 곁에도 AI가 성큼 다가와 있다. “하기스 기저귀 깎아주세요.” “선택하신 상품이 최저가인지 제가 대신 찾아드릴게요!” 손님과 고객센터 직원의 대화가 아니다. 9일 기자와 인터파크 AI 기반 챗봇인 ‘톡집사’의 대화 내용이다. 기저귀를 찾아달라고 하자 자동으로 ‘기저귀/분유/물티슈/생리대’ 카테고리가 대화창에 떴다. 하기스 모델을 선택하고 ‘깎아 달라’고 주문하자 할인 쿠폰을 띄워 주며 최저가인지를 알아봐 준다.

채팅과 로봇의 합성어인 챗봇은 콜센터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인터파크의 ‘톡집사’ 누적 이용자 수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콜센터에 접수되는 콜 수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AI 챗봇의 운영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인력을 당장 대체하기는 어렵다. AI의 특성상 데이터가 쌓이고 정확도가 향상돼 향후 대화가 점점 자연스러워질 경우 콜센터를 대체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예술적인 범주에 들어가는 화가, 음악가 등 예술인들은 괜찮지 않을까. 김 원장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면서 작년에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었던 인공지능 그림 전시회 팸플릿을 보여주었다. 빈센트 반 고흐, 장프랑수아 밀레의 그림을 인공지능이 학습해 그린 그림들이다. 박자, 음의 높낮이 등을 볼 때 미술보다는 훨씬 더 인공지능 친화적 예술 분야인 듯한 음악은 말할 것도 없다.

AI의 확대에 따른 생산성 증대란 쉽게 말해 지금은 100명이 할 일을 ‘1명+AI’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99명이 소득이 없는데 ‘소득-소비-생산-소득’의 경제 순환은 어떻게 이뤄지겠는가. 순환의 고리가 끊어지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성장이 바로 고용의 종말이다. 고용의 종말은 사회공동체의 종말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암울한 미래상이다.

‘메가트렌드’의 저자 존 나이스비트는 비교적 낙관적이다. 최근작 ‘미래의 단서’에서 “농업시대에서 산업시대로 전환되고, 조립라인이 등장했을 때도, PC가 사무직을 대체했을 때도 일자리 문제는 전반적으로 잘 해결돼 왔다”면서 “모든 구조적 변화 뒤에는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김 원장 역시 AI는 산업적 생산성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적으로도 삶의 질을 한층 높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간의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이 아니라 주 20시간, 주 10시간으로 되고 남는 시간을 생존이 아닌 자기실현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면 이는 분명히 인류의 발전”이라고 말한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거나 쫓아가느냐 혹은 무감각하거나 알면서도 외면하느냐에 따라 국가 혹은 개인 간 격차가 벌어질 것이다. 미래는 이미 와 있지만 선택은 하기 나름이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ai#인공지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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