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청문회서 우여곡절”… 발끈한 野, 국회공전 불사 태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靑, 김연철-박영선 임명 강행]文정부 ‘보고서 미채택 장관’ 10명째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야당에서 강력하게 임명 철회를 요구했던 김연철 통일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 장관을 향해 “평생 남북 관계와 통일정책을 연구해 오셨고 과거에 남북 협정에 참여한 경험도 있으신 만큼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야당에서 강력하게 임명 철회를 요구했던 김연철 통일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 장관을 향해 “평생 남북 관계와 통일정책을 연구해 오셨고 과거에 남북 협정에 참여한 경험도 있으신 만큼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결국 청와대와 야당이 퇴로 없는 충돌을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국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임명했다. 하지만 별도의 유감 표명은 없었다.

야당은 “국민과 함께 결사의 각오로 저항할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청와대의 ‘마이 웨이’에 맞서 야당은 국회에서의 입법 저지로 맞불을 놓겠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에 사활을 건 여야가 벌써부터 “밀리면 끝이다”며 맞붙으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됐다. 각종 민생, 혁신 경제 관련 법안들의 국회 처리는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 문 대통령, 김연철에 대해 “기대가 크다”

문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식에서 두 장관 임명 이유를 설명했다. 박 장관에 대해서는 “의정활동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 관련된 활동을 많이 하셨고, 그와 관련된 입법을 하는 데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친북 발언 논란의 김 장관에 대해서는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 이런 부분을 조금 잘 조화시키면서 균형 있게 생각해 나가는 것이 아주 필요한 것 같다. 평생 남북관계 통일정책을 연구해 오셨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야당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급한 현안들로 인해 두 장관을 임명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인 셈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야당의 임명 반대에 대해 “(장관들이) 아주 험난한 인사청문회 과정을 겪었다” “청문회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고만 말했을 뿐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별도 언급이나 해명은 없었다. 부실 검증 책임론에 휩싸인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조현옥 인사수석에 대해서도 아무 말이 없었다. 사실상 “오늘부로 인사 정국의 마침표를 찍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두 장관의 임명으로 현 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은 10명으로 늘었다. 출범한 지 만 2년도 되지 않아 박근혜 정부의 임명 강행 장관(9명) 수를 뛰어넘었다.

○ 격양된 野, “국회에서 두고보자”

야당의 반응은 격양 그 자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임명 강행에 대해 “야당의 반대와 국민 여론은 무시해도 된다는 독선과 오만 불통 정권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라며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이렇게 국회를 무시하고 어떻게 정국을, 정치를 이끌어 가느냐”고 성토했다.

문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야당은 국회 입법권으로 맞서겠다는 태세다. 정부가 서두르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에 쉽게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회 공전의 책임은 국회를 무시한 청와대에 있다”는 것. 당장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만났지만 4월 국회 개회식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이에 따라 추경은 물론이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을 담은 근로기준법, 사립 유치원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등을 담은 ‘데이터 경제 활성화 3법’, 내년 총선의 규칙을 정하는 공직선거법 등의 처리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모두 민생, 경제와 직결된 법안들이다.

더 큰 문제는 여야의 격돌이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다. 내년 총선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여야는 서로 “야당이 발목만 잡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탐욕만 남았다”며 날 선 공방을 시작했다. 이번 4·3 보궐선거 결과가 보여주는 것처럼 아직 민심이 어느 한쪽 손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여당 관계자는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치킨 게임’을 벌이다 보니 온건파들의 목소리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회 공전에 따른 비난 여론을 의식해 여야가 5월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 교체를 기점으로 물밑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홍정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김연철#박영선#임명 강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