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꺼풀 수술하러 한국행? 이젠 암 치료위해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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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외국인, 국내 의료지출 ‘껑충’

미국인 찰스 카슨 씨(47)는 지난해 12월 서울아산병원에서 부인의 간 일부를 이식받았다. 미국 스탠퍼드대병원 의료진은 백혈병 전 단계인 ‘골수 이형성 증후군’과 간경화 진단을 받은 카슨 씨에게 “‘생체 간 이식(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것)’ 의술은 한국이 더 앞서 있다”며 한국행을 추천했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카슨 씨는 올 2월 귀국했다.

지금까지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들은 미용과 성형이 주된 목적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외과 수술이나 장기이식 등 심각한 치료를 받기 위해 한국에 오는 의료관광객도 최근 증가하면서 이들이 국내에서 쓰는 씀씀이도 커지고 있다. 특히 침술 등 한방 치료를 받기 위해 오는 외국인 환자들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외국인 환자 유치가 허용된 2009년 6만 명에 불과하던 외국인 환자 수는 2017년 현재 32만 명을 헤아린다.

8일 신한카드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2018 외국인 신용카드 지출액 분석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해 국내에서 9조4255억 원을 썼다. 업종별로 보면 이중 의료 부문 지출액이 5206억 원으로 전년보다 38.2% 급증했다. 전체 지출액 증가율(12.6%)의 3배가 넘는 속도다. 한국의 질 높은 의료 서비스가 외국인 관광객을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효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외국인 환자가 늘면 막대한 관광 수입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병원에서 외국인 환자와 의사소통이 가능한 의료 코디네이터 등의 고용을 늘리기 때문에 연관 산업이 발전하고 일자리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의료 관광객의 지출액을 국적별로 보면 중국인이 2164억 원(41.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 930억 원(17.9%) 러시아 495억 원(9.5%) 일본 410억 원(7.9%) 등의 순이었다.

중국, 일본, 동남아에서 온 환자들은 주로 미용과 성형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중국 환자 5명 중 1명(19.3%)은 성형외과를 찾았다. 2위가 피부과(16.3%)였다. 일본 환자의 49.7%, 동남아 환자의 41%도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방문했다. 성형외과나 피부과 대다수는 개인이 운영하는 병원이나 의원들이다.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의 의료 관련 지출 규모는 각각 전년 대비 68.2%, 55.8% 증가했다.

반면 미국 러시아 중동 쪽 환자들은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을 주로 찾는다. 2017년 미국과 러시아 환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진료과목은 내과였고, 두 번째가 건강검진센터였다. 특히 미국 유럽 등 서방에서 온 환자들에게는 최근 한방 병원의 인기도 높다고 의료계는 전한다.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늘어난 것은 우선 미용 성형뿐 아니라 건강검진과 외과 수술 분야 등에서도 국내 의료 서비스의 질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복지부가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의료서비스 만족도는 90.5점이었다. 의료 수준은 전통적인 의료 선진국인 미국, 일본 등과 비슷하지만 치료 비용은 그보다 저렴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모든 종류의 암 치료 후 5년 생존율을 보면 한국은 70%로, 미국(69.2%) 일본(62.1%) 등보다 높다.

이영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유치기반팀장은 “외과 수술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오히려 한국이 앞서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며 “환자가 ‘원스톱’으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의료 체계가 한국만큼 잘 갖춰진 나라도 드물다”고 설명했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김호경 기자
#외국인#의료관광#미용#성형#외과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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