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지난해 배전설비 정비예산 4200억 삭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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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주 발화 관련 관리부실 논란

경찰이 강원도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배전설비 정비예산을 약 4200억 원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전의 관리 부실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강원지방경찰청은 고성과 속초 산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한 주유소 인근 전신주 개폐기에 대한 감식을 벌였다. 개폐기는 전기를 차단하거나 연결할 때 쓰는 스위치다.

경찰은 강풍 때문에 전신주로 날아온 물건이나 물질이 개폐기에 달라붙거나 충격을 줘 불이 났는지를 조사 중이다. 이를 위해 한전이 관리하는 전신주의 개폐기와 전선 등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넘겼다.

경찰은 한전이 전신주 관리를 소홀하게 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개폐기는 2006년 제작됐으며 내구연한은 30년이다. 한전은 지난달 27일 실시한 안전점검에서 개폐기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개폐기 관리 부실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한전이 지난해 오래되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설비를 교체하는 예산을 약 4200억 원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비예산은 2015년 1조4992억 원, 2016년 1조5219억 원, 2017년 1조5675억 원으로 꾸준히 늘다 2018년 1조1470억 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실적 악화로 김종갑 한전 사장이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예산 절감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 내부규정에 따르면 한전의 물자나 설비로 재산 피해가 발생해 책임이 인정되면 손해배상을 하는 게 원칙”이라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필요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속초=이인모 imlee@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
#한전#전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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