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농약 마늘종’사태 후폭풍… 식당-급식 반찬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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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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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지난달까지 7회 회수조치 “작년 수확분 장기보관위해 뿌려”
국산은 값 비싸고 물량도 적어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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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마늘종은 이것밖에 없어요.”

6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농수산물시장. 기자가 시장 곳곳을 1시간가량 돌아다녔지만 수십여 개 점포 중 마늘종을 파는 곳은 단 4곳뿐이었다. 최근 허용 기준치 이상의 농약이 검출된 중국산 마늘종에 대한 회수 조치가 잇따라 내려지면서 중국산 마늘종 상당수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농약이 나오지 않은 중국산 마늘종 일부와 평년보다 빨리 수확한 국산 마늘종 소량만 유통되고 있었다. 국산 마늘종을 팔던 한 상인은 “사흘 전 올해 첫 국산 마늘종이 나왔다”며 “한 묶음에 8000원으로 아직 비싸 꼭 살 사람만 산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월 21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한 달여 간 7차례에 걸쳐 중국산 마늘종에 대한 판매 중지와 회수 조치를 내렸다. 중국산 마늘종에서 곰팡이가 생기는 걸 방지하는 농약인 ‘프로사이미돈’이 잔류 기준치인 kg당 0.05mg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프로사이미돈은 저독성 농약으로 국내에서도 마늘은 물론 딸기, 포도 등 여러 작물에 널리 쓰인다.

하지만 짧은 기간 한 농산물에서 같은 농약이 문제가 돼 회수 조치한 건 이례적인 상황이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식약처가 회수 명령을 내린 식품 367개 중 한 농산물이 7번이나 회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식약처는 지난달 13일 중국산 마늘종에 대한 잔류 농약 검사를 강화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장기 보관하던 중국산 마늘종이 문제가 된 것 같다”며 “보관 물량이 거의 소진돼 농약은 더 이상 안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수입된 마늘종은 지난해 5월경 중국에서 수확한 마늘종 중 맨 마지막까지 보관하던 일명 ‘끝물량’이다. 마늘종은 마늘의 꽃이 피는 줄기로, 마늘보다 조금 일찍 수확한다. 국산과 중국산 마늘종의 수확 시기는 비슷하지만 국산은 생산량이 워낙 적어 수확하는 대로 유통되지만 중국산은 장기 보관이 가능해 일년 내내 출하된다. 마늘종을 보관할 때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농약을 뿌리기 때문에 오래 보관할수록 마늘종에 남아 있는 농약 농도도 높아지게 된다.

이번 사태로 당분간 식당과 급식에서는 마늘종 반찬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다수 식당과 급식업체들은 국산 마늘종의 절반 가격인 중국산 마늘종을 사용했다. 중국산 수입량은 줄고 국산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보여 음식값을 인상하지 않고서는 국산 마늘종을 사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늘종 수확이 끝나면 비싼 값을 줘도 아예 마늘종을 못 구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현재 국내 마늘종 수입업체 10여 곳 중 한두 곳을 제외하면 마늘종 수입 중단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수 조치를 내리면 이미 소비자가 산 물량까지 모두 환불해줘야 해 수입에 따른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미 회수 대상 업체 한 곳당 4000만∼5000만 원씩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농약 마늘종#식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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