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황제’ JP모건 다이먼 CEO “성공한 대기업 없이 부강한 나라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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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기업은 진정한 성장 엔진
과도한 규제가 성장 저하시키고 정부, 기업 통제땐 부패로 이어져”
反기업 부추기는 美정치권 비판


2005년 12월부터 14년째 미국 최대 금융사 JP모건체이스를 이끌고 있는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63·사진)이 반(反)기업 정서를 강력 비판했다. 다이먼 CEO는 4일(현지 시간) 주주들에게 51쪽에 달하는 서한을 보내 “민간 기업은 어느 나라에서든 진정한 성장 엔진”이라며 “중소기업뿐 아니라 성공한 대기업 없이 부강해진 나라는 없다. 그런 나라는 일자리도 없고 기회도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과도한 규제가 경제를 개선시키기는커녕 기업의 성장 및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창업이 어려워지면서 미 중소기업 설립 및 고용이 30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허가가 너무 많고 그 허가를 얻는 데도 수개월이 걸린다. 허가 수를 줄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인간이 달에 갈 때도 구상부터 실행까지 8년이 걸렸는데 현재 다리를 건설하거나 신규 태양광 부지 허가를 얻는 데만 10년이 넘게 걸린다”고 꼬집었다.

다이먼 CEO의 발언은 2020년 미 대선을 앞두고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일부 대선주자를 정면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각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민주)은 아마존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해체 및 인수합병(M&A) 제한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무소속)은 자사주 매입 제한을 주장하고 있다.

다이먼 CEO는 “정부가 기업을 통제하면 기업과 금융회사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익숙해진다”며 “이것이 기업과 시장을 비효율적으로 만들고 엄청난 편파성과 부패로도 이어진다. 규제 없이 자유만을 외치는 자본주의를 옹호하지 않지만 진정한 자유와 자본주의는 결국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후 도입된 금융규제 ‘도드-프랭크법’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며 “위기로부터 10년이 지나면 과도하고 비효율적이며 중복된 규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이먼 CEO는 이날 뉴욕 미국외교협회(CFR) 연설에서도 “우리가 처한 문제를 지금 고치지 않으면 미국의 리더십이 큰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 젊은층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사회주의에 대해서도 “재앙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자본주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강력한 사회안전망을 갖추자”며 교육·의료·규제 체계를 뜯어고치는 ‘제2의 마셜플랜’을 주창했다. 마셜플랜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서유럽 부흥을 뒷받침한 미국의 지원 정책이다. 다이먼 CEO는 “내가 오늘 하루 ‘왕’이라면 사회 인프라와 교육에 투자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CNBC는 한때 대선 출마를 강력하게 고려하던 그가 정당 경선 통과의 어려움을 이유로 이를 포기하고 그 대신 사회 개혁에 주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이먼 CEO, 주주들에게 보낸 51쪽짜리 연례 서한.pdf


구가인 comedy9@donga.com·임보미 기자
#jp모건체이스#다이먼#월가 황제#반기업 비판#미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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