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곧 나” 현장서 몸으로 느낀 풍경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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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 개인전 ‘산을 넘은 시간들’

‘부여 낙화암’(2018∼2019년). 누크갤러리 제공
‘부여 낙화암’(2018∼2019년). 누크갤러리 제공
사람이 자연을 보고 감정을 느끼는 건, 그의 신체도 자연이기 때문이다. 관념적이거나 전형적으로 자연을 담는 ‘풍경화’로는 이러한 몸의 감정을 표현하기 어렵다. 작가 서용선(68)은 이런 ‘풍경화’를 넘어 현장의 몸이 느낀 자연을 담는다. 이렇게 그려낸 회화 19점과 드로잉 14점을 서울 종로구 누크갤러리의 개인전 ‘서용선-산을 넘은 시간들’을 통해 공개한다.

전시하는 작품은 서울 인왕산부터 부여 낙화암, 오대산 노인봉, 해남 달마산은 물론이고 미국 뉴욕과 워싱턴, 애틀랜타, 올버니의 도시 풍경을 담았다. 낙화암과 인왕산 등은 작가의 손을 거쳐 궁녀 수천 명이 몸을 던진 곳, 세조에게 목숨을 잃은 안평대군이 살았던 곳이라는 ‘스토리’를 품은 공간으로 되살아난다. 또 미국 도시 풍경에선 대중교통 속 무심코 앉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성격이 드러난다.

1980년대부터 단종애사, 동학운동, 6·25전쟁 등 역사의 풍경을 그려왔던 작가는 기록에 담기지 않은 이야기들에 주목했다.

“세조가 주도한 계유정난은 그의 조카를 비롯해 수백 명이 죽은 사건인데, 500년 동안 왜 어떤 화가도 그걸 그리지 않았을까 의아했죠.”

과거 단종에게 관심을 뒀던 그는 최근엔 세조도 인간적으로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게 됐단다. 결국 이렇게 사물과 산, 자연을 통해 작가가 마주하는 건 그 속에 비친 인간의 모습이다.

“그림 속 장소가 무척 다양하지만, 이 모든 곳은 결국 내 몸이 다니면서 엮은 것들이지요. 내가 관심이 있었던 사건과 일, 인간에 대한 해석. 이것이 자연에 투사돼 드러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5월 3일까지.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서용선 개인전#산을 넘은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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